자사고 '무더기' 취소에… 학부모들 "하향평준화가 우리나라 교육계획" 강력 비판
  • ▲ 2일 교육부는 서울·부산 10개 자사고 재지정 지정 취소에 대해 '동의' 결정을 내렸다ⓒ 뉴데일리 DB
    ▲ 2일 교육부는 서울·부산 10개 자사고 재지정 지정 취소에 대해 '동의' 결정을 내렸다ⓒ 뉴데일리 DB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서울·부산 자율협사립고(자사고) 9곳과 자발적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가 자사고 지위를 상실했다. 교육부가 이들 10곳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서울교육청과 부산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박백범 교육부차관은 2일 오후 1시45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서울 8개교와 자발적으로 지정취소를 요청한 경문고, 부산 해운대고 자사고의 지정취소에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박 차관은 서울 자사고 재지정 취소 동의 결정 배경에 대해 "관련 법령상 위법사항이 없고, 대부분 지표가 2014년 평가지표와 유사하다"며 "자사고 지정 요건과 관련되어 학교 측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했으며, 이외 서면‧현장평가, 평가결과 통보, 청문, 교육부 동의신청 등의 절차도 적법하게 진행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울·부산 10개 자사고 재지정 평가, 절차·내용 모두 적법"

    교육부는 학교 측이 문제를 제기한 서울시교육청의 재량지표인 ‘학교폭력예방 근절 노력’ ‘학교업무 정상화 및 참여소통협력의 학교문화 조성’ 등의 재량지표에 대해 "적정한 평가"로 판단했다. 박 차관은 "평가기준 설정 등의 권한은 시‧도교육감에 있고, 해당 지표들은 2015년부터 서울시교육청 담당 고등학교에 배포된 ‘학교자체평가지표’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에 학교의 예측이 가능하여 적법하고, 적정한 평가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부산 해운대고가 '재지정 평가계획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아 법률불소급 원칙에 반했다'는 주장에 '무관한 원칙'이라고 일축했다. 박 차관은 "법률불소급 원칙은 적법하게 행한 행위에 대해 사후에 소급하여 책임을 지우는 입법을 금지한다는 원칙"이라며 "행정행위인 자사고 성과평가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운대고의 '법인전입금 미납' '다수의 기간제 교원' 등을 지정취소 동의 이유로 지적했다. 해운대고는 2년간(2015, 16년) 법인전입금 미납과 정규 교원 수보다 많은 기간제 교원 채용 등으로 재지정 평가에서 감점당했다. 학교는 평가에서 재지정 기준점수인 70점에서 15.5점 못 미친 54.5점을 받았다.

    한편 교육부는 학생 충원 미달, 교육재정 부족으로 학교 측에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에 대해서도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날 교육부가 지정취소에 동의한 10개교는 2020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원단체, 교육부의 결정은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에 '면죄부' 부여 

    학부모·교원단체는 '일률적인 일반고 전환 절차' '학력미달자로 만드는 정책'이라며 교육부의 서울·부산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를 즉각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교육부의 결정이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에 면죄부를 부여했다"며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이 생명인 교육에 큰 오점을 남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총은 "심의 대상 자사고를 모두 일괄 취소한 것은 이번 재지정 평가·심의를 '일률적인 일반고 전환 수순’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교육부의 지정취소 ‘동의’로 줄소송 사태와 장기간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서울자율형사립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는 "그동안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진 막무가내식 자사고 폐지 쇼로 인해 학부모들은 정신적으로 피로하다"며 "자사고 폐지를 통해 자신(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얼굴을 자꾸 알리고 이슈를 만들어 재선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난했다. 

    자학연은 "공부 잘하는 부유한 학생만 과학고·외국어고 등의 특수목적고나 전국형 자사고에 보내 공부시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교육 계획이 그 외 학생들은 하향평준화하여 기초학력 미달자로 만드는 것인지 의심된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