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육계·야당 “무리한 자사고 폐지… 교육재정만 악화” 한목소리
  • ▲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 결정을 한 서울 지역 8개교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2년간 약 400억원의 교육부 재정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데일리 DB
    ▲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 결정을 한 서울 지역 8개교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2년간 약 400억원의 교육부 재정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데일리 DB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취소 결정을 한 서울지역 8개교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2년간 약 400억원의 재정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차부터는 한 학교에 평균 50억원씩 총 400억원가량을 매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 

    2020년 자사고 9곳과 특수목적고 10곳이 재지정 평가를 통해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고교 체제개편을 위한 정부의 예산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학부모·교육계와 야당에서는 '무리한 자사고 폐지정책 이행으로 과도한 재정부담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31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지정취소된 8개교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기존 서울지역 일반고가 받는 평균재정결함보조금(41억원)보다 약 9억원가량 더 많은 학교당 50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원수·학급수 등을 기준으로 보조금이 책정되는데, 탈락한 자사고의 평균 학급수(32학급)가 일반고의 평균(29학급)보다 3학급 이상 많은 것이 그 이유다.

    재정결함보조금이란 사립학교가 교직원인건비·법정부담금(사학연금과 건강보험부담금 등)·학교운영비 등을 입학금·등록금·법인전입금 등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교육청이 지원하는 예산이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1조의 3(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없이 매년 자체적으로 운영비를 해결했다.

    학부모·교육계 “무리한 자사고 폐지정책으로 교육재정 악화”

    이에 학부모와 교육계에서는 "자사고를 죽이는 데 교육부가 혈세를 낭비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자사고 전 교장은 "자립이 가능한 자사고를 억지로 전환해서 재정부담만 늘리고 있다"며 "차라리 이 예산을 일반고를 자사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화고 2학년생을 자녀로 둔 김모(48) 씨는 "재정보조지원금을 원한 학부모는 한 명도 없다"며 "지금까지 보조금 없이 잘 운영됐던 학교를 왜 갑자기 폐지해 세금만 축내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로 구성된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공정모)은 "공정하게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진행했다면 애초에 탈락된 자사고가 없었을 것"이라며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깜깜이 평가'에 혈세 400억원이 낭비될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모는 "좌파 교육감들이 공약 이행을 위해 막무가내로 자사고 폐지정책을 시행하여 국민의 세금만 쓸데없는 곳에 사용되고 있다"며 "무리한 정책으로 발생하는 교육재정 악화 등의 부작용들은 반드시 그들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경 “교육환경 개선과 고교 학력 향상을 위해 예산 써야 할 것"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위해 예산을 낭비한다'며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희경의원실 측에 따르면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서울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중앙고·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교가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전환 첫해 총 135억3600만원(학교당 평균 16억9200만원)의 재정결함보조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 2년차에는 학교당 33억512만원이 소요돼 총 264억4102억원의 예산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환 3년차부터는 학교당 49억원5769만원, 총 396억6153만원이 매년 국가재정으로 지원된다.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5년에 걸쳐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당 시설 개선, 교육과정 운영비 등을 위해 지원하는 20억원과는 별도의 예산이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재학생인 2~3학년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으로 기존 등록금(평균 120~150만원)을 낸다. 반면 전환 이후 일반고 학생으로 입학한 신입생의 경우 재학생과 달리 평균 50만원가량의 등록금만 내면 된다. 전환 2년차에는 일반고 등록금을 내는 학생이 1~2학년으로 확대되며, 3년차부터는 전 학년이 일반고 수준의 학비를 낸다. 줄어든 등록금 수입만큼 정부가 충당해야 하는 몫이 계속 늘어나는 셈이다.

    전 의원 측은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를 폐지하면 지원해야 할 돈이 연간 약 397억원에 달한다"며 "이 돈이면 서울시 320개 고등학교에 최첨단 컴퓨터 시설을 완비하고도 남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당국은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위해 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교육환경 개선과 고교 학력 향상을 위해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