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표-고노 대담 영상 공개… 남관표 쪽지 꺼내 읽어나가자, 고노 "잠깐만" 말 끊어
  • ▲ 한국언론에 보도된, 지난 19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의 만남 장면. ⓒ뉴시스·AP·교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언론에 보도된, 지난 19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의 만남 장면. ⓒ뉴시스·AP·교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19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남 대사의 말을 자른 것을 두고 국내 언론은 “고노 외상이야말로 무례하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다른 주장도 제기됐다. 일본 방송을 보면, 남 대사가 고노 외상의 항의는 들은 척 만 척 하고 손에 든 쪽지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읽었다는 주장이다.

    유튜브에는 일본 매체들이 공개한 당시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초치한 대사가 입청할 때와 퇴청할 때만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영상 전체를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중 조회수가 가장 많은 것은 우파 성향으로 알려진 후지TV와 산케이신문이다. 편집 논란을 피하고자 중도 성향으로 알려진 ‘테레비 도쿄’의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 길이는 9분16초였다. 

    남 대사, 고노 말 끝나자 손에 든 쪽지 읽기 시작

    영상은 고노 외상이 남 대사를 초치한 뒤 인사하는 장면부터 나온다. 고노 외상은 남 대사와 악수한 뒤 자리를 권했다. 그러고는 “이른 아침부터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과거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한국 대법원 판결에 근거한 한국의 국제법 위반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이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따라 한국 측에 중재위원회 구성과 제3국 중재위원 임명을 요구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 간 민간교류가 활발해졌음을 언급한 뒤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국 국교의 기반이 된 국제법을 어긴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한국이 국내 재판 판결을 이유로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노 외상은 “한국 정부가 지금 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뒤엎는 일과 다름없다”며 “귀국 정부에 이 일을 확실히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 남 대사는 “고노 대신께서 하신 말씀은 본국에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답한 뒤 손에 든 쪽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 측의 일방적인 조치로 인해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또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양국 정부가 가능한 차원에서의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하는 노력을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 대사는 이어 일본 정부가 중재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요구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현안이 되는 사안은 민사 사안으로, 개인의 의지에 따라 어떻게 타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일본 측에 우리의 구상을 제시한 바 있고, 이 방안을 토대로 더 나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 측이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한국과 일본 기업이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해 배상하도록 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일본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쪽지 읽던 남 대사 제지... 고노 “모른 척 또 제안하는 건 결례”

    여기까지 통역한 내용을 듣던 고노 외상은 갑자기 “잠깐 있어 보라”며 남 대사의 말을 잘랐다. 그러고는 “한국 측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뜻을 이전에 전달한 바 있다”며 “그걸 모른 척하고 또 제안하는 것은 결례”라고 비판했다.

    고노 외상은 이어 “그리고 과거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를 다른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하면 한국 여론에 이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상이 고노 외상과 남 대사 사이에 있었던 ‘무례(결례)’ 발언의 전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