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승소 가능성 높아… 법조계 “김승환 전북교육감 재량권 남용”
  • ▲ 법조계에서는 전주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지정 취소에 김승환(66) 전북교육감이 재량권 일탈·남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 정상윤 기자
    ▲ 법조계에서는 전주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지정 취소에 김승환(66) 전북교육감이 재량권 일탈·남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 정상윤 기자
    전주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상산고등학교(상산고)가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총점 미달로 지정 취소됐다. 상산고는 교육부가 제시한 재지정 기준점수(표준안)보다 10점가량 높은 79.61점을 받았지만, 전북교육감이 재량으로 정한 기준점수인 80점을 넘지 못했다.

    상산고 측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가 확정되면 행정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전북교육감이 교육부 권고를 무시하고 재량으로 정한 기준점수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교육감의 재량권에 대해 직권남용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탈락에 전북교육감의 재량권 일탈·남용이 작용했다”는 법조계 의견이 우세했다.

    24일 상산고와 교육계에 따르면 상산고 측은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최종 확정될 경우, 행정소송과 가처분신청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재지정 취소 발표가 난 20일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교육청 평가결과 발표 내용이 형평성·공정성·적법성에 크게 어긋남에 따라 이를 전면 거부한다”며 "부당성을 바로 잡기 위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헌법소원도 가능한 문제” 

    법조계는 상산고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을 크게 봤다. 전북도교육청에서 사회통합전형 기준이 명시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따르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김승환(66) 전북교육감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헌 변호사는 "상산고가 자사고 지정취소에 이르게 된 결정적 요소인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항목 2.4점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 제5조 등 관계 법령의 내용과 부합하지 않게 적용된 평가지표"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행위다"고 설명했다.

    사회통합전형 항목은 학교의 사회적 책무성을 요구한다는 취지로,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을 기초생활보장수급자·한부모·다문화가족 자녀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에 따르면 상산고처럼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된 경우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산고의 경우 재단전입금 비율이 20% 이상으로 사실상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다. 대신 교육 과정·신입생 선발 등의 운영 자율권을 상당 부분 보장받는다. 상산고는 지난 4년간(2015~2018년) 전북도교육청이 공문을 통해 공지한 '자율 또는 3% 이내'라는 기준에 맞춰 정원의 3%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했다. 도 교육청은 그러나 이번 평가에 사회통합전형 항목 정원의 10% 이상 선발(4점 만점)을 기준하여, 미달시 비율에 따라 감점 처리했다.   

    전문가들은 취소 기준 점수가 다른 시·도교육청 평가보다 10점 더 높은 점도 지적했다. 2018년 교육부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점수를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해 권고했다. 이번 재지정 평가를 주관하는 11개의 시·도교육청 중 10곳은 평가 표준안을 적용했지만 전북도교육청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70점은 전주지역 일반계 고등학교도 통과할 수 있는 점수'라는 것이 김 교육감의 이유다. 

    양윤숙 변호사는 "전북도교육청은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점수를 사회 통념에 맞지 않는 80점으로 정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전북도교육청의 행정은 상산고와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것"이며 "법치 행정을 해야 하는 교육 당국이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과 과잉 행정을 금지하는 '비례의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 덧붙였다.   

    박주현 변호사는 "같은 성격의 재지정 평가에서 전북만 타 지역과 다른 점수를 적용하는 것은, '평등원칙' 측면에서 문제 소지가 보인다"며 "상산고는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평등권'에 관한 헌법소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계, 전북교육감 재량권 일탈·남용 명백

    교육계에서도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는 "(전북도교육청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성산고에 불합리한 평가기준과 평가지표의 적용으로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하려 든다"며 "이는 정부와 교육감의 이념·가치가 교육권보다 우선시되는 처사이고, 교육법정주의마저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상규에 맞지 않는 취소 기준점수와 관계법령을 어기는 항목 등은 전북교육감의 재량권 일탈·남용의 명백한 근거"라며 "전북교육청은 취소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 교육감은 24일 전주시 전라북도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에 교육부 장관이 부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권한쟁의 심판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 정부에 맞게 (교육부 장관의) 동의권을 없애야 맞는 것 아닌가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현재 자사고 평가 기준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