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기 힘든 28마력 엔진 달고 왔는데, 도로 귀환?"… 박상학 “99% 의심스러워"
  • ▲ 정경두 국방장관이 지난 20일 국방부에 대국민사과를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 장관은 그러나 사과 성명 이후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경두 국방장관이 지난 20일 국방부에 대국민사과를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 장관은 그러나 사과 성명 이후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130km나 넘어 삼척항에 ‘정박 귀순’한 북한목선사건과 관련해 국방장관과 국무총리가 20일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북한 목선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는커녕 더욱 커졌다.

    19일 국가정보원의 브리핑을 받은 야당 국회의원들은 “이해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 설명에 따르면 “한국 영상을 보다 보위부에 걸려 처벌을 두려워했다” “가정불화 때문에 귀순을 결심했다”는 게 두 사람의 귀순 사유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듣고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정원 보고를 받은 뒤 “귀순자들의 진술 자체는 이해될 정도인데, 그 정도 알리바이를 안 만들고 오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진술 자체를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북한 목선이 울릉도에서 50여 km 떨어진 곳에서 머무르다  삼척항에 입항한 행적을 언급하며 “처음부터 귀순이 목적이었다면 울릉도에 가도 될 텐데, 왜 방향을 틀어 삼척으로 이동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보위 자유한국당 간사 이은재 의원은 “귀순자들의 진술을 들으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은 귀순한 두 사람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조사를 했다는데 북한으로 바로 귀환한 2명에 대해서는 조사를 안 했다”며 “이는 직무유기 아니냐”고 꼬집었다. 
  • ▲ SBS가 보도한, 삼척항 정박귀순 어선의 모습. 맨 앞의 사람은 엿새 동안 풍랑을 헤치고, 800킬로미터를 항해한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말끔한 차림새다.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SBS가 보도한, 삼척항 정박귀순 어선의 모습. 맨 앞의 사람은 엿새 동안 풍랑을 헤치고, 800킬로미터를 항해한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말끔한 차림새다.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자유북한' 박상학 대표 “북한목선사건, 99% 의심스럽다”

    대북전단 살포로 유명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2011년과 2012년 북한에 암살당할 뻔했다. 북한은 그를 죽이겠다며 간첩 2명을 남파했다. 그 또한 탈북자다.

    박 대표는 “이번 북한목선사건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정부가 밝히는 내용의 99%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먼저 “4명이 내려와서 2명만 귀순하고, 2명은 북한으로, 그것도 삼척에 온 지 이틀도 안돼 귀환시켜준 게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등 관계당국이 북한으로 귀환하겠다는 선원들을 조사한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일부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그 사람들, 귀순한 2명이 딴 길로 새는 것 아닌지 감시하라고 북한 측이 보낸 사람들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박 대표는 또한 4명 가운데 2명만 귀순을 준비한 상태에서 남한으로 내려올 때 다른 2명이 평범한 북한사람이라면 “귀순하자”는 말에 거세게 반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 2017년 12월 일본 해상보안청에 포착된 북한 어선 모선과 목선들. 북한 당국은 어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엔진을 장착한 큰 어선이 무동력 목선 여러 척을 끌고 어장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형태로 조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12월 일본 해상보안청에 포착된 북한 어선 모선과 목선들. 북한 당국은 어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엔진을 장착한 큰 어선이 무동력 목선 여러 척을 끌고 어장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형태로 조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쪽 국경을 넘는 것도 아니고 구하기도 힘든 28마력짜리 엔진이 달린 어선을 타고 남한으로 귀순할 경우 북에 남은 가족이 어찌 될지 뻔히 아는데 누가 그렇게 쉽게 귀순에 동의하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는 “이들의 ‘귀순’을 ‘월북’으로 대치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처음에는 4명 다 귀환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2명이 ‘돌아가면 죽거나 교화소에 끌려간다’며 귀순했다”는 국정원의 설명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삼척 주민들이 촬영한 영상 가운데 북한 선원들의 차림새를 지적하며 “함경북도 경성에서 삼척까지 직전거리로 500km가 넘는다”며 “그 작은 배로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왔는지, 9일 출항했다고 해도 엿새나 되는데 선원들의 행색이 멀쩡한 점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 “의심스러운 부분이 99%…위장귀순 확인해야”

    박 대표는 “한국 영화를 보다 보위부에 적발돼 처벌이 두려웠다고 하는데, 보위부에서 처벌할 정도의 범죄용의자가 바다에 나가는 걸 북한 당국이 허락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북한 어선은 노동당 또는 인민군 소유다. 이런 배에 범죄용의자를 태운다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선원이 또 “한국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북한사람들이 아무리 한국 영화·드라마를 많이 봐도 ‘아이돌’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박 대표는 “또 다른 선원이 ‘가정불화’를 귀순 이유로 들었는데, 이 또한 북한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로는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목선사건을 보면, 북한에서 살았던 사람 눈에는 이상하게 비치는 게 99%”라며 “위장귀순간첩인지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몰래 간첩을 침투시키기보다 차라리 귀순자로 위장시키면 한국 우파진영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 9월과 2012년 6월, 탈북자로 위장해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안모 씨와 김모 씨 사례를 예로 들며 “북한이 위장탈북자, 위장귀순자를 남한으로 보낸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북한 목선을 타고 온 사람들도 어떤 저의가 숨어 있지 않은지 관계기관들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