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 "급격한 인상으로 경영권 침해"... 한변은 헌법소원 제기
  • ▲ 지난 13일 오후 2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알린 고용노동부 고시가 위헌인지를 다투는 공개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됐다.ⓒ정상윤 기자
    ▲ 지난 13일 오후 2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알린 고용노동부 고시가 위헌인지를 다투는 공개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됐다.ⓒ정상윤 기자
    “2018년 1월1일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액을 시간당 7530원으로 고시한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 제10조 1항에 근거해 2017년 8월4일 고시한 내용(제2017-42호)이다. 이 결정이 위헌인지를 다투는 사건(2017헌마1366)의 공개변론이 지난 13일 오후 2시부터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됐다.

    이 사건 청구인은 사단법인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중앙회(조임호 회장·이하 중앙회). 중앙회는 2017년보다 16.4% 오른 2018년 최저임금이 “기업의 경영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견해다. 최저임금법 시행(1986년 12월31일·법률 제3927호) 이후 가장 급격한 인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중앙회는 2017년 12월22일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고시에 대한 위헌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헌법 23조(재산권의 보장), 헌법 24조(국민의 자유와 권리), 헌법 123조(중소기업의 보호육성), 헌법 126조(경영권의 불가침) 등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계획경제” VS “근로자의 권리”

    중앙회와 노동부는 3시간30분가량 진행된 공개변론에서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 경영권 △기업의 사유재산권 △기업이 근로자와 할 수 있는 계약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국가 계획경제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우종훈 중앙회 사업이사는 “최저임금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2018년, 2019년 급격하게 인상된 부분에 대해 위헌청구소송을 한 것”이라며 “피청구인 측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사회적 합의라고 하지만, 이는 정치인들이 대선공약으로 한 것이지 않은가”라고 질문했다. 

    중앙회 측 참고인인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 박사가 지적하는 문제는 크게 네 가지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가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는 사실 △정부가 최저임금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른 정책을 펴 ‘계획경제’로 가고 있다는 점 △최저임금 결정 과정상의 문제점 △중소기업 등이 최저임금 인상을 미리 예상할 수 없어 대책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 등이다. 

    이 박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고, 이후 2018년 좌파 공익위원이 대거 임명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며 “또 최저임금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상, 고용안정기금 등 다른 정책문제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크게 보면 결국 계획경제로 가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노동부는 최저임금제 역시 헌법에 규정됐고,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 ▲ 최저임금 정책을 성토하는 소상공인들.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뉴데일리 DB
    ▲ 최저임금 정책을 성토하는 소상공인들.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뉴데일리 DB
    노동부 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지향’ 김진 변호사는 공개변론에서 “경제적 활동을 규제하는 경제정책적 판단은 명백히 잘못한 게 아니라면 위헌이 아니라는 판례가 있고, 최저임금제는 헌법 119조 2항에 있는 ‘국가의 조정 권한’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대책 등을 해왔다”며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 권리와 저임금 근로자의 권한 등 기본권이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모든 기본권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화적인 해석이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경선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서기관은 “다양한 현장의 의견 등을 수렴해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서 위헌의 소지는 없는 것으로 본다”는 원론적 견해 전했다.

    법조계 “위헌판단 나오지 않을 것”

    문제는 최저임금 역시 헌법에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헌법 32조는 국민이 근로해야 하는 권리를 명시하면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중앙회가 노동부 고시의 위헌을 주장하며 제시한 헌법조항과 충돌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사건에 대해 위헌판단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법조계 의견이 나왔다.

    검사 출신의 박인환 건국대 교수는 “자유시장경제 입장에서 보면 청구인 측 입장처럼 볼 여지는 있으나, 최저임금제도 취지는 약자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 우리 헌법이 최저임금제를 법률로써 시행하도록 규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은 헌법에서 말하는 인간의 행복추구권, 존엄성 등과 관련됐다”고 전제하며 “(이를 근거로) 근로자와 사용자 관계에서는 최저임금을 기본으로 보고 그 바탕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중소기업 육성, 경영권의 불가침 등 헌법에 규정된 내용 중 최저임금을 기본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박 교수는 “‘급격하다’ ‘과도하다’ 이 주장에 대한 법적 판단만 남았다”며 “과거 정부와 비교해서 이렇게 주장하는지 등에 대한 (법적 판단) 것은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변호사도 이번 사건이 위헌으로 판단되지 않을 것이란 견해다. 이 변호사는 “그 문제가 위헌으로까지 볼 수 있겠는가”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정책문제로, 위헌까지는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에서 위헌으로 결정할 정도의 문제도 아니고, 무엇보다 행정부 재량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저임금소송 난제… 2017년 판결 주목

    이번 헌재의 공개변론 이후 과거 최저임금 관련 소송이 다시 주목받았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한변)이 지난달 14일 제기한 헌법소원이 있다. 당시 한변은  “소상공인과 근로자 등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강행으로 생존권·재산권 등을 침해받고 있다”며 이들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최저임금 대신 농촌 일당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단도 있었다. 광주지법 민사14부(신신호 부장판사)는 2017년 5월 염전노예 피해자 김모 씨가 염전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저임금이 아닌 농촌 일당으로 계산해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계산한 기존 판결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헌재는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관련 위헌사건을 판단하기도 했다. 이 조항은 택시운전자들이 초과수입을 제외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고정급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헌재는 2011년 택시회사가 청구한 헌법소원사건(2008헌마477)을 다룰 때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 제8조 등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위원회가 심의·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위원회 구성은 공익위원 9명, 노동자 측 위원 9명, 사용자 측 위원 9명 등 총 27명이다.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