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국방, 안보회의 설전… 웨이 중국 국방 "우리를 과소평가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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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 일명 ‘샹그릴라대화’가 막을 내렸다. 사흘 동안 계속된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거친 설전을 벌였다. 일부 언론은 무역분쟁이 군사적 충돌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 ▲ 지난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회담 전 악수를 하는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대행은 샹그릴라대화 본회의 연설을 통해 “중국의 위협적인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동아시아지역의 다른 나라들과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해 중국의 의도를 불신하게 만드는 행동은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美 국방 “인도·태평양, 특정국이 지배할 수 없어”
섀너핸 대행은 이어 “어느 한 나라도 인도·태평양지역을 지배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바라지 않지만, 전쟁에서 승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최선의 억지력이라는 점을 안다. 따라서 미국은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을 겨냥해 “과거에는 (중국의 남지나해 활동을 차단하는 데) 약간 조심스러워 했다”며 “앞으로는 중국의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중국을 겨냥한 섀너핸 대행의 비판과 경고는 지난 5월31일 중국 국방부장(국방장관에 해당)의 주장에 대한 반박 성격이 강했다. 이날 섀너핸 대행은 중국의 남지나해 암초의 군사기지화를 가리켜 “중국은 그걸 방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대공미사일과 장거리 활주로까지 건설돼 있다”며 “지나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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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너핸 대행의 발언이 전해지자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그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중국이 미수복지역으로 간주하는 대만과 본토 사이를 미국 군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며 지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미국은 주권 보호와 영토 수호에서 중국군의 능력과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 ▲ 샹그릴라 대화에서 만난 한미일 국방장관. 한미일은 북한 비핵화 방안에 뜻을 같이 했지만 중국은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을 향한 웨이 국방부장의 협박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웨이 국방부장은 2일 ‘중국과 국제안보협력’이라는 주제로 연설하면서 “우리는 (미국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매년 10만 척이 넘는 선박이 남지나해를 항행하지만 어떤 선박도 (중국으로부터) 위협받지 않았다”며 “지금 대체 누가 남지나해의 안전과 안정을 위협하느냐? 지금 문제는 지난 몇 년 동안 외국 군함들이 ‘항행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남지나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이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美日 “北 탄도미사일 압박해야”... 中 “제재 완화해야”
미국과 중국은 남지나해 외에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도 의견차이를 드러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일본·중국 국방장관은 샹그릴라대화에서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데 동의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또한 미국과 중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미·중 국방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의 해법은 달랐다. 미국·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대단히 위협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은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미국과 중국 국방장관 간 설전과 의견차이는 샹그릴라대화에 참석한 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 언론은 “미·중 간 무역분쟁이 군사적 충돌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