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극한 대치 속, 여야4당 '꼼수' 발의… 한국당 "의회 쿠데타" 정국 급냉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검경수사권조정 법안이 전자입법으로 접수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해산선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검경수사권조정 법안이 전자입법으로 접수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해산선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의안과에 접수했다. 전날 ‘이메일’로 제출했지만 일각에서 무리수라는 비판이 일자 차선을 택한 것. 한국당은 이를 두고 “유례 없는 의회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 당분간 여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동물국회’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자입법을 통해 공수처 설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자입법이란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 법안을 제출하는 제도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자입법시스템이라는 제도가 있는 것을 알았다”면서 “백 의원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회의를 열어서 우리가 원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자입법 존재여부도 대부분 몰랐다

    국회가 전자입법을 통해 법안을 발의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전자입법의 존재여부도 몰랐다는 정치권 관계자가 대부분이다. 

    국회 사무관리규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공문 접수도 허용한다. 팩스나 이메일을 통한 법안 제출도 가능한 것이다. 다만 ‘법안’의 경우, 통상 의안과 직접 방문 또는 팩시밀리(팩스)를 통해 제출한다. 그러나 이번 전자입법은 ‘공문 접수’를 통한 통상적 발의 절차를 따르지 않은, 예외적 방식이다. 

    당장 야권에서는 ‘꼼수’라며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의 이 같은 강행 직후 “분명히 국회법에 의안 접수는 서류로 701호에 해야 한다고 씌어 있다”며 “근데 지금 막 국회 역사상 유례 없는 전자결재로 의안번호가 부여됐다. 모든 과정은 의회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법 팩스 접수 실패하자 이메일로 보내

    앞서 여야 4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릴 공수처 설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합의했다. 이에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 8명과 바른미래당 임재훈·채이배 의원이 공동 발의 형태로 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우기로 한 ‘선거제 개편안’은 지난 24일 국회에 접수됐다.
     
    그런데 이에 반발한 한국당 의원들이 의안과 안팎을 모두 점거하며 공수처 설치 등의 법안 제출이 난관에 부닥친 바 있다. 여야 4당은 앞서 팩스를 통한 법안 제출을 시도했지만 한국당이 이를 저지해 법안 제출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팩스 전송 과정에서 대표발의 의원까지 잘못 기재됐다. 의안과 실무자 실수로 백혜련 의원 대표발의였던 공수처 설치법안이 표창원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잘못 기입된 것이다.
     
    결국 여야 4당은 대책회의 끝에 해당 법안을 같은 날 (25일) 의안국 이메일로 제출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로써 법안 발의절차를 마친 것으로 판단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재진에 “법안 제출은 국회의장에게 하는 것이어서 이메일을 보내는 절차로써 충분히 법안 발의 요건을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법률 해석상 국회에 의안이 접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메일 접수에 대한 한국당의 반발 와중에 민주당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전자입법 발의를 했고, 관련 법안들이 의안시스템에도 등록됐다. 논란을 빚던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발의가 완료된 것이다.  

    법안 발의가 끝나면서 여야 4당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개회한 뒤 해당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가결시키는 절차만 남겨뒀다. 

    그러나, 헌정 사상 초유의 전자입법 발의에 대해 한국당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법적 효력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