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부와도 관련 없다" 겉으로는 부정… "우리를 캐는 것은 북한 돕는 짓" 경고도
  • ▲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북한대사관. 정문이 활짝 열려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북한대사관. 정문이 활짝 열려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사건과 관련해 스페인 사법당국과 미국, ‘자유조선(옛 천리마 민방위)’ 간 주장이 엇갈렸다. ‘자유조선’은 이번 사건은 ‘습격’이 아니었다며, 자신들에 대해 보도한 일부 언론에 경고를 날렸다.

    스페인 법원은 한국·미국·멕시코 국적자 등 10명이 북한대사관을 습격했고, 탈취한 자료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넘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FBI는 “우리는 스페인 사법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며, 어떤 사건을 수사하는지는 밝히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 사건은 미국정부와 무관하다”는 공식 견해를 내놨다.

    ‘자유조선’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일은 그 어떤 나라와도 관련이 없다”면서 “우리는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게 아니라 긴급히 초대받고 들어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북한대사관 내의 그 누구도 재갈을 채우거나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며 관련 언론 보도는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법원 “괴한 10명 중 한국·미국·멕시코인 포함”

    미국의 'AP통신', 영국의 '로이터통신' 등은 스페인 법원이 26일(현지시간) 밝힌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호세 드 라마타 스페인 고등법원 판사는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인원은 10명으로, 이들 중에는 한국·미국·멕시코 국적자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자들은 4개 조로 나뉘어 포르투갈로 도망쳤다”고 밝혔다. 스페인 당국은 이들이 스스로 북한인권운동가라고 밝혔으며, 북한대사관 고위 관계자인 ‘소윤석’에게 탈북을 권유했다 거절당하자 재갈을 물렸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법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 국적의 ‘아드리안 홍 장’이 주범으로 지목됐으며, 그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도주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라고 한다. 아드리안 홍 장은 당시 출동한 스페인 경찰에 대사관 문을 열어주며 “아무 일 없다”고 말한 인물로, 지난 27일(현지시간) 북한대사관에서 탈취한 자료를 들고 FBI와 접촉했다고 한다. 신원이 밝혀진 미국인은 ‘샘 류’, 한국인은 ‘이우란’이다. 그러나 이들의 구체적 신원정보나 거주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스페인 법원은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사람 가운데 일부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법원이 공개한 내용이 보도되자 미국정부는 관련 사실을 즉각 부인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미국정부와 관련이 없다”며 “관련 소식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스페인 사법당국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 자유조선(구 천리마 민방위)이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 ⓒ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쳐.
    ▲ 자유조선(구 천리마 민방위)이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 ⓒ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쳐.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스페인정부와 미국 FBI에 문의해 보라”고 답했고, FBI는 “우리는 어떤 수사를 진행 중인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스페인 사법당국과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대사관 습격의 주범으로 알려진 ‘자유조선’은 이날 홈페이지에 ‘마드리드에 관한 사실’이라는 발표문을 게재했다. ‘자유조선’은 “현재 북한당국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대사관 등 공관은 전통적인 외교적 시설이 아니라 불법행위의 전초기지”라며 “북한정권은 이곳을 마약밀매, 무기밀매, 전체주의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사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정권은 외교관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거나 납치하는 등의 협박을 통해 이들에게 각종 범죄를 강요하는 범죄조직이라고 비난했다.

    자유조선 “위급상황 처한 북한대사관 초대로 들어가”

    ‘자유조선’은 “이번 일은 습격이 아니라 위급한 상황에 처한 북한대사관의 초대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며 “언론 보도와 달리 우리가 북한대사관에 진압한 뒤 재갈을 물리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대사관에 있던사람은 모두 존중받았다고 덧붙였다.

    ‘자유조선’은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이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과도 무관하고, 그 어떤 나라 정부와도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 스페인 당국에는 본의 아니게 불편을 끼친 데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FBI와 접촉 사실을 시인했다. 이들은 “우리는 상호 기밀유지 조건 아래 미국 FBI와 잠재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특정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했다”며 “여기에 대해 그 어떤 대가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유조선’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추측성 보도를 내놓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조선’ 관계자의 신원정보를 캐내려는 언론을 향한 경고였다. ‘자유조선’은 “우리는 우리에 관해 언론에 밝힌 적이 없고, 언론과 그 어떤 정보도 공유한 적이 없다”면서 “일부 언론이 미국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신원, 소속에 대해 추측성 기사를 썼는데, 이런 정보가 언론에 나온 것은 심각한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이 일이 안고 있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 가운데 일부는 이 일을 하면서 감옥에 갇히거나 살해당할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우리의 정보를 캐내고 공유하는 것은 북한정권을 돕고 부추기는 일”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