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혐의, 다툼 여지 있어... 방어권 보장 필요"
  • ▲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뉴데일리 DB
    ▲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뉴데일리 DB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박정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6일 새벽 1시50분쯤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해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아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가 없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의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청구하고 표적감사를 벌인 혐의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해이가 문제됐던 사정 ▲새로 조직된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정 ▲해당 임원 복무감사 결과 비위사실이 드러나기도 한 사정 등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김 전 장관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 있다”며 “제청권을 가진 대통령이나 관련 부처의 장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한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은 장시간 동안 있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영장이 기각되면서 전날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하던 김 전 장관은 풀려나 귀가했다. 이날 새벽 2시33분쯤 구치소를 나온 김 전 장관은 취재진에게 “앞으로 조사 열심히 받겠다”고 짧게 답한 뒤 대기하던 차량에 올랐다. 산하기관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환경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이들을 압박하고 사표를 내도록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환경부 운영지원과는 명단을 만들고 임원들을 직접 만나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권유했다. 또 이를 거부하는 인사들의 경우 표적감사를 벌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선발 과정에도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본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청와대를 향하던 검찰 수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청와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적법한 감독권 행사이자 체크리스트”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