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앤드루 김의 '하노이 회담 뒷얘기' 전해…"미-북 비핵화 개념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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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 제거뿐만 아니라 괌, 하와이에 있는 미군 전략자산까지 모조리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에게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무력화를 요구한 셈이다.
- ▲ 칼빈슨 항모강습단의 훈련 모습.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미국 측에 "한반도로 전개 가능한 전략자산을 태평양에서 없애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말은 전략 폭격기는 물론 항모강습단이나 핵추진 잠수함까지 태평양에 배치하지 말라는 뜻이다. ⓒ美국방부 공개사진.
<동아일보>는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임무센터장이 지난 20일 서울에서 열린 비공개 강연에서 풀어놓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의 뒷이야기를 22일 보도했다. 비공개 강연은 스탠포드대 동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열렸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앤드루 김 전 KMC 센터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 반도의 비핵화’와 미국의 비핵화 개념이 크게 달랐으며, 특히 북한이 괌·하와이 등 미국 영토 안에 있는 전략자산까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서 결국 회담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앤드루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부터 B-2 스텔스 폭격기와 같이 ‘한반도 군사적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는 미군 전략자산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이야말로 ‘탑-다운 회담’ 형식에 얽매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측이 비핵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 실무협상단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하노이 회담 전까지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군사기밀’이랍시고 협상 실무책임자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던 정황도 드러났다. 하노이 회담 당시 ‘영변 외 핵시설’이 문제가 됐을 때 김혁철은 “그런 이야기는 나도 처음 듣는다”며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대북제재 완화요구에서도 북한의 속셈이 드러났다. 김 전 센터장에 따르면,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두루뭉실하게 이야기를 꺼냈다가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말하라”고 하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시켜 달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 전 센터장은 “북한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언론들이 한국의 역할을 ‘중재자’로 계속 보도하자 미국 측이 청와대에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센터장은 지난 21일 오후 청와대에 들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을 가졌다. 김 전 센터장은 정의용 실장과 5촌 친척 관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