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 "정치·언론인 이름 공개하라" 거듭 요구… 비난여론 일자 "죄송하다" 사과
  • 전날 MBC '뉴스데스크' 왕종명 앵커가 19일 뉴스 오프닝에서 이례적으로 시청자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왕 앵커는 이날 "어제(18일) 고(故) 장자연 씨 동료배우인 윤지오 씨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장씨 문건에 등장하는 유력인사의 실명 공개를 질문하는 등 출연자에 대해 배려가 없고 무례한 데다 부적절했다'는 시청자 비판이 많았다"며 "이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이 시간을 빌려 윤지오 씨와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선덕여왕' 등에 출연한 윤지오 씨는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다.

    왕 앵커의 사과에 앞서 뉴스데스크 제작진도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어제 스튜디오에 출연한 윤지오 씨에게 정치인의 실명을 밝혀달라고 거듭 요구한 부분이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은 무례하고 부적절한 질문이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많았다"며 "왕종명 앵커와 뉴스데스크 제작진은 이러한 시청자 여러분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당사자인 윤지오 씨에게 직접 사과했으며, 오늘 뉴스데스크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께도 사과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 앵커는 전날 뉴스데스크 스튜디오에 나온 윤씨에게 △장씨가 작성한 문서에 등장한다는 방씨 성을 가진 세 분과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을 공개할 의향이 있는지 △술자리 추행을 잘 알고 있다는 다른 연예인이 누구인지 밝힐 수 있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에 윤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될 가능성을 염려하자, 왕 앵커는 "피의자가 아니라 피고소인이 될 수도 있다"며 "이런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게 진실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재차 실명 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왕 앵커의 '무리수 인터뷰'를 '방송참사'로까지 표현하며 "뉴스데스크 앵커에서 하차시켜달라"는 청원글을 MBC 시청자 게시판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올리기도 했다.

    윤지오 "목격자와 증언자 입장 먼저 헤아려 주길…"

    한편 윤씨는 19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앵커께서 문자를 보내주셨고, 제가 아침에 잠이 들어 점심에 일어나자마자 통화를 했다"며 왕 앵커가 문자와 통화로 직접 사과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윤씨는 "오랜 시간 언론인으로서 살아오셨던 앵커의 커리어에 본의 아니게 해를 끼쳐 드린 것 같아 저로서도 죄송한 마음이고 여러분께 우려를 하게 해 드려서 죄송하다"면서 "뉴스를 맡은 진행자로선 당연히 국민께서 알고자 하는 질문을 하기 위해 애써주셨을 테고, 현재 제 상황이나 정황을 제대로 모르셨을 테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모든 인터뷰가 목격자와 증언자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고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다시 한번 심려 끼쳐 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고 저에게, 또 왕 앵커에게 가져주시는 관심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사진 =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