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관행 반성, 제도 개선 없이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어려워"
  • ▲ 지난해 9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사망한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 지난해 9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사망한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세상을 등진지 1년여 만에 안형준 MBC 사장이 '공식 사과'를 한 것을 두고 "사내에 만연된 악습에 대한 성찰 및 자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수직서열화된 직장 문화 등 과거 관행에 대한 인정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비극이 대물림될 수 있다"는 경고의 소리가 MBC 내부에서 나왔다.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강명일)은 15일 "오늘 MBC 안형준 사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으나 △상명하복식의 삐뚤어진 선후배 문화와 △비정규직인 프리랜서 근로자의 일자리 불안을 지렛대로 한 노동 착취와 비상식적인 출연료 책정 △의상비 부담 △저가의 유튜브 촬영 떠넘기기 등의 관행에 대한 성찰과 자성의 모습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오요안나 사망 사건의 핵심은 △정규직 팀장과 보도국 조직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에게 최저 임금과 방송에 필요한 의상비를 지급하지 않고 △언제든 해임이 가능한 프리랜서 계약을 유지하면서 △'정규직 팀장-고참 기상캐스터-신입 기상캐스터'의 수직서열화된 직장 문화를 형성시켰던 것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고인의 모친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전부가 '을'이고 '피해자'라면서 '갑질'을 한 MBC의 사과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설명한 MBC노조는 "직장 내 괴롭힘의 이른바 '대물림' 현상을 끝내기 위해서는 과거 관행에 대한 인정과 자성, 그리고 이에 기반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이번 오요안나 씨의 죽음을 계기로 MBC의 직장문화가 달라져야 하지만, 아직껏 MBC는 기상캐스터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유족들에 대해 어떤 명목으로든 '합의금' '위로금'이 전달됐다면 이는 MBC라는 언론사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 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 대해서는 MBC 경영진이 뼈를 깎는 각오로 조직 문화의 과거사를 재조명하고 비위 행위를 밝혀 차별과 인권 침해가 없는 직장만들기에 나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