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기간 국회 사랑재서 '딸 결혼식' '갭투자' 막고 본인은 '갭투자' ‥ 고수익 올려"양자역학 때문에" "아내가 한 일" 해명도 구차"권한과 업무, 국민을 향해야" 대통령 말과 엇박자
  • ▲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좌)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방위원장). ⓒ서성진 기자
    ▲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좌)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방위원장). ⓒ서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선거를 통해서든 임명을 통해서든 그 권력의 원천은 언제나 국민"이라며 공직자의 자세와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적 책임과 권한은 같은 말"이라고 단언한 이 대통령은 "권한·권력을 가지면 자기 것인 줄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이다. 우리가 행사하는 모든 권한과 업무는 오로지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러한 추상 같은 '어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부 공직자들이 권한과 권력을 국민이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해 '마음껏'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국회 사랑재에서 딸의 결혼식을 열었다. 나중에 없어지긴 했지만 최 의원 측이 배포한 온라인 청첩장엔 신용카드 계좌 결재 링크까지 있었다. 결혼 당일 식장 앞엔 과방위 피감기관들이 보낸 화환이 쇄도했고, 축의금을 내기 위해 직접 식장을 찾은 피감기관과 언론사 간부들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지금 집을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돈 모아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라"고 발언했는데, 자신의 아내가 30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한 사실이 불거져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후 채팅과 댓글창을 닫고 2분간 유튜브 방송으로 사과했던 이 차관은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국회 핵심 상임위원회인 과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최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방송미디어 정책을 좌우하는 실세 중의 실세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린 이 차관 역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당국자다. 

    이런 두 사람이 나란히 '도덕 불감증' 행보를 보이며 대통령의 발등을 찍었다. 대통령을 우습게 아는 건지, 아니면 잿밥에 눈이 어두워진 건지,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내로남불' 언행으로 정부 정책의 신뢰를 훼손하고 말았다. 

    과방위원장이 국감 기간 피감기관으로부터 축의금과 축하화환을 받은 것과,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공직자의 가족이 투기성 거래를 한 것 모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정치권에선 최 의원이 결혼 날짜를 국감 이후로 미루지 않은 점과 함께, 통상적으로 정치인들이 쓰는 '화환과 축의금은 사양합니다'라는 문구가 청첩장에 없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에선 10·15 부동산 정책 책임자인 이 차관이 정작 본인은 갭투자를 하고 국민들의 갭투자를 차단한 사실에 "서민과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고 자신만 부를 축적했다"는 비난이 팽배하다.

    국민에게 상실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두 사람이 논란이 불거지자 저마다 '궁색한 변명'으로 사태를 모면하려 한 것도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최 의원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 "정확한 결혼 날짜를 유튜브를 보고 알았다"고 해명했으나, 식장에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화환이 도착했고, 식장 예약도 최 의원의 ID로 신청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증폭시켰다.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딸의 요청'으로 화환을 보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데다, 최민희 의원실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화환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와, "바빠서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는 최 의원이 해명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갭투자' 의혹이 일자 이 차관은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고, 기존에 살던 집이 제때 팔리지 않아 일단 세입자를 들였다가 전세계약이 끝나면 이주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이후 백현동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른 사실이 부각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거세졌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저 자신을 되돌아보겠다"고 사과하면서도 "아내가 한 일"이라고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 '남자답지 못하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앞서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공직자의 '권한'은 개인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라면, 그 권한은 언제나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공직자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세워진 '대리인'이다. 이들의 일탈은 개인의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니라, 나라 전체의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관행이었다" "개인적인 일이다"라는 정도의 변명으로는 분노한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공직자 스스로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자신에게 국민이 왜 권한을 맡겼는지를 다시 묻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공직은 특권의 끝이 아니라 책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겉만 번지르한 제도보다 양심과 도덕의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