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직속 부하… 靑 근무 후 '승진보장 경찰 요직' 인사과장 맡아
  • ▲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른바 ‘승리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와 정준영(30) 씨 등 유명 연예인과 강남 클럽 ‘버닝썬’의 위법행위 등을 비호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청 소속 윤모 총경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경이 청와대 근무 당시 직속상관은 현 정권의 ‘실세’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은 윤 총경이 ‘실세경찰’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등에서 ‘승리 게이트’의 수사 공정성에 의문을 갖는 이유다.

    윤 총경, 靑 근무 후 경찰청 인사과장으로 '승승장구'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윤 총경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경찰대(9기) 출신인 윤 총경은 서울 강남경찰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2016년 1월 총경으로 승진해 중앙경찰학교와 서울경찰청 등을 거쳤다. 이어 2017년 말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됐다 지난해 8월 경찰청 인사담당(과장급)으로 복귀했다. 경찰청 인사과장은 승진이 보장되는 '핵심' 보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윤 총경은 청와대 근무 당시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경찰관 중 직급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비서관실은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와 민심동향 정보를 수집하는데, 윤 총경은 내근직으로 일하며 관련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경이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직속상관은 ‘실세참모’로 불리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다.
    윤 총경의 이름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 내용에도 등장한다. 자신이 작성한 해운회사 관련 비위 첩보를 직속상관도 아닌 백 전 비서관이 경찰에 이첩하도록 해 월권 논란을 샀는데, 이때 윤 총경도 개입했다는 것이 김 전 수사관의 주장이다.

    김태우 "윤 총경이 백원우 지시라며 비위 첩보 요구"

    김 전 수사관은 “2017년 한 해운회사 비위 관련 첩보보고서를 올렸는데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이를 경찰로 이첩하라고 지시했다”며 “윤 총경으로부터 ‘비서관님이 이첩상황을 챙겨보라고 한다.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총경이) 핵심 보직을 받고 경찰청으로 복귀한 ‘실세경찰’로 알고 있다”며 “민정비서관실 출신인 만큼 현 정부에 대한 정보도 많고 인맥도 두터워 경찰 수사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경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7일 “버닝썬 수사과정 보면 지금 많은 분들이 매우 찜찜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이 정부 실세인 백원우 민정비서관 아래서 파격 영전한 윤모 총경이 핵심 관련자 중 하나라고 한다.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 등 경찰 수사 공정성 의문 제기

    경찰은 윤 총경을 지난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승리와 정준영 씨 등 ‘승리 카톡방’에 있던 사람들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이들이 연루된 사건에 개입한 적이 있는지 등을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월 청와대를 떠난 백 전 비서관은 2019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백 전 비서관에게 인재영입위원장직을 제안했으며, 백 전 비서관도 이 제안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 전 비서관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게 되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친문계가 주도하는 체제로 치르게 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드루킹’ 김동원(50) 씨의 오사카총영사직 인사청탁에 연루됐던 백 전 비서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