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성평등 교육 지도안이 性갈등 부추겨"… 발행인 진선미 장관 '도둑삭제' 지적도
  • ▲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뉴데일리 DB
    ▲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뉴데일리 DB
    여성가족부가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포한 학습지도안이 양성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여성이 겪는 불평등을 바로잡자는 취지지만, 도리어 '현실에서 여성이 성공 못하는 건 오로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이분법을 아이들 마음속에 심어준다는 지적이다.

    여가부에서 지난 4일 배포한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지도안 사례집>에는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성비 알아보기'란 내용이 담겼다. 전체적인 내용은 남성과 여성이 가정과 일터에서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벨과학상 수상자 599명 중 여성 수상자가 18명인 이유는 무엇일까"란 질문에 대한 정답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 여성이 상을 적게 받은 이유를 '남성이 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풀어낸 것이다.

    노벨상에 대한 문답은 초등학교 4학년 국어시간에 여성인물 전기를 읽기에 앞서 선생님과 학생이 대화를 주고받도록 예시한 글이다. 지난 세기 여성이 과학계에서 두드러지게 활약하지 못한 배경에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부터 사회적 편견까지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그런 점을 짚어보는 대신 '남성이 상을 주기 때문'이라고 과도하게 단순화했다.

    "김치女는 혐오 표현이고 김치男은 아니다"

    여성 혐오는 문제지만, 남성 혐오는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사례집에는 "남자도 혐오 대상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남성과 같은 다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기재했다. 김치녀는 혐오 표현이지만 김치남은 혐오 표현이 아니라는 내용도 있다.

    또 여성 고용 불평등을 주제로 한 보드게임에서는 '여성은 무조건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과도하게 일반화했다.

    사례집 속 게임 참여자는 주사위를 던지며 말을 움직이다 '승진 카드'에 도달할 때 남성은 승진해 월급을 두 배로 받는 반면, 여성은 실패해 '0원'을 받는다. 여자는 실력이 있어도 승진하지 못하고, 남자는 실력이 없는데도 남자라는 이유로 승진한다는 걸 각인시키는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해당 사례집은 전교조 여성위원회가 제작에 참여하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감수를 거쳐 발간됐다.

    하태경 "진선미 장관, 학생·학부모에 사죄해야"

    앞서 '아이돌 외모 규제' 논란을 빚었던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에 이어 또 다시 여가부가 논란에 휩싸이자 정치권에선 진선미 여가부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성평등교육 자료집의 발행인은 진선미 장관이라고 명백히 돼있다"며 "자료집이 논란이 되자 (여가부) 사이트에서만 몰래 슬그머니 문제되는 내용만 '도둑 삭제' 됐는데, 진 장관이 책임지고 이걸 삭제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최고위원은 "여가부가 하는 짓이 꼭 범죄단체 증거인멸하는 거랑 똑같다"며 "여가부가 우선해야 할 일은 이런 편향된 교육자료집을 초·중·고 학생들한테 교육하려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먼저 사죄해야 한다. 전국에 배포된 자료집을 회수하고 장관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