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유치원 3법, 국가관리회계 반대"…전국 유치원 원장 교사 등 3만명 국회 시위
  • ▲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25일 오후 국회 정문 앞 도로에서 열린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에듀파인'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25일 오후 국회 정문 앞 도로에서 열린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에듀파인'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성원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한유총은 “최근 유아교육 정책이 ‘사립유치원 말살’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유은혜 교육부의 '불통' 행태를 비난했다.

    상·하의 검은 옷 입고…빨간색·노란색 피켓 들고

    한유총은 25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 대로에서 ‘유아교육 사망선고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유치원장과 교사 등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경찰 추산 1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유아교육 사망선고’라는 집회 취지를 전달하기 위해  상·하의 검은 옷을 맞춰 입었다. 이들의 손에는 ‘유아교육 말살하는 시행령을 철회하라’ ‘더해지는 협박 회유. 우리들도 국민이다’고 쓰여진 빨간색·노란색 피켓이 들려 있었다. 

    홍문종·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노광기 전 전국어린이집연합회장, 박병기 한국민간장기요양기관협회장 등도 집회에 참석했다.

    에듀파인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국공립유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예산 소요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기록하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이다. 한유총은 "회계 직원이 있는 국공립과 달리 사립 유치원의 경우 전문 지식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공립과 같은 회계 증빙 확보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5일 오후 국회 앞 도로에서 열린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5일 오후 국회 앞 도로에서 열린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교육부와 여당이 사립유치원에 '비리 프레임'을 덧씌워 생활적폐로 낙인찍었다"면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좌파집권당에 의해 유아교육이 타살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사장은 "120년 동안 정부가 예산이 없어 돌보지 못한 유아를 맡아서 키웠더니, 국세청장·공정거래위원장·교육감·경찰청장을 동원해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유치원을 더 운영할 수 없어 폐원하고자 하면 폐원도 막는다"고 규탄했다. 이어 "사유재산인 사립유치원에 대해 정당한 보상은 하지 않고, 유아교육법과 시행령을 고쳐 사소한 위반도 형사처벌을 하겠다고 협박하는 나라가 자유 대한민국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아교육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나라는 공산주의다"며 "좌파들은 이미 전교조를 통해 초·중·고·대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유치원을 장악해 어릴 때부터 사회주의형 인간을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불통 장관' '불통 정부' 구호… 가족 단위 참석자도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에듀파인 도입을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다며 '불통 교육부 장관'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 ▲ 25일 오후 국회 앞 대로에서 열린 한유총의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참석했다. 박성원 기자
    ▲ 25일 오후 국회 앞 대로에서 열린 한유총의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참석했다. 박성원 기자

    집회 한 참가자는 "사립유치원들을 압박해서 폐원시킨 후 정부에서 헐값으로 사들여 공립유치원 40% 공약 달성하려는 수작"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는 "이번 정부는 '불통 정부'"라며 "이렇게 뭉쳐서 잘못된 정책의 시정을 요구해도 씨알도 안 먹힐 것"이라고 했다.

    가족 단위로 집회에 온 참가자도 있었다. 대구에서 왔다는 공모(19)씨는 "아버지가 대구에서 유치원에 차량을 지원하는 일을 하시는 데, 사안이 심각한 것 같아 온 가족이 전부 집회로 나왔다"고 했다.

    정태옥·최대집 "사유재산 부정, 편법이자 탈법" 한목소리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유치원 3법'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사유재산 제도를 부정하는 대표적 제도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 재산권을 시행령 통해 고치는 것은 편법이자 탈법"이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격려사에서 "사립 유치원에 대해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이 잘못된 의료제도와 동일한 구조"라며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제도가 또 다른 영역에서 만들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적용을 의무화하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하고 3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원아 수 200명 이상인 사립유치원은 올해부터 에듀파인을 사용해 회계를 처리해야 한다. 올해 에듀파인을 적용하는 유치원은 총 704곳이다. 의무도입 대상 유치원 581곳, 희망 유치원 123곳이다. 내년 3월 1일부터는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유치원이 에듀파인을 사용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에듀파인 사용을 거부하는 유치원은 유아교육법 30조에 따라 시정 명령 및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정원·학급 감축, 유아모집 정지, 차등적 재정지원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반할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