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과 협상학-21] 자기중심적 협상은 안좋은 협상… 北 특수상황 고려하지 말아야
  • 누가 200만원을 그냥 주는 경우와 80%의 확률로 300만원을 얻는 경우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쪽을 선택할까요? 대부분은 전자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돈이 생기는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대부분 ‘위험 회피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즉 200만원을 무조건 내야하는 경우와 80%의 확률로 300만원을 내는 경우에서는 대부분 후자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를 ‘위험 수용적’이라고 합니다. 비록 자신이 손해 보지 않은 확률이 20% 밖에 되지 않는다 해도 나는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다고 합니다.

    이번 주 있을 북핵협상장에 나서는 김정은, 트럼프의 이해관계는 같은 협상테이블이지만 상반된 위험회피적, 위험수용적 사고를 갖고 나서고 있습니다. 먼저 김정은은 ‘위험회피용’ 협상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지난 주 이미 적어도 수십 조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 경제개발 비용 지원 카드를 확보했습니다. 유엔으로부터도 식량 등 3가지 대북지원사업 허락을 얻었습니다. 베트남 이동시 비행기 보다 기차로 이동하는 것도 위험은 피하자는 이미지입니다. 당연히 비핵화 로드맵 같은 구체적인 의무는 소극적이고 최소한의 양보를 통해 이미 얻은 것을 확실히 하고 싶을 것입니다. 반대로 트럼프로서는 위험 수용적 협상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틈나는 대로 김정은을 칭찬해주고, 다양한 지원책을 내비추었으나 북한은 카드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2차 회담 전부터 3차 회담을 거론하거나 급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허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사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위험 수용적 협상을 통해 설령 자신이 더 손해가 클 가능성 높은 주제나 비용도 일단 제시하거나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원래 그렇게 남을 위하는 리더십은 결코 아닙니다. 협상 리더십은 크게 ‘자기 이익 중심’과 ‘타인 이익 중심’으로 나누곤 하는데, 그간 트럼프와 김정은은 대표적인 자기이익 중심 리더들로 악명 높았습니다. 트럼프는 맹방중의 맹방인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서도 NAFTA 협상을 파기하고 재협상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실천했습니다. 최근 한미FTA와 주한미군 군사비 협상에서도 한국에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정은은 문자 그대로 국제사회에 ‘불량국가’라는 네이밍처럼 벼랑 끝에서 자기 이익 관철에 투철한 쪽입니다. 원인은 남한에서 찾아야할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타인 이익 중심 리더십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비용은 남한에서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습니다. 타인 이익 중심 리더십은 긍정적으로 보면 윈윈 전략에 부합하지만 트럼프, 김정은에게서도 윈윈을 얻어낼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런 만큼 미북 정상협상 이후 있을 한미-미북-남북협상에서는 실무대표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국익을 얻는 협상에서는 양보와 요구가 반드시 시소게임처럼 조였다 풀었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역시 전쟁 중의 장수에게는 왕도 함부로 명령을 내리지 않듯이 실무책임자의 현장 판단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실무단은 그간 데이터를 토대로 더 독하고 똑똑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국회도, 미의회처럼, 내부 이해관계자들이 간접적으로 ‘남한 국익 퍼스트’ 옵션을 다양하게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우리 실무단이 갖고 있는 카드 중 하나라면 더욱 힘이 실릴 것입니다. 이제 본격 비용이 발생하는 협상 실무게임에 들어섰습니다. 우리나라의 협상 상대 리더들은 되 ‘자기 이익 리더십’으로 악명이 높지만 협상에서 자기중심은 역설적으로 훌륭한 협상가는 아닙니다. 우리 실무대표단은 그 약점을 역으로 이용하며, 한미관계나 북한에 대한 특수성 예외는 고려하지 않아야 합니다. 오로지 ‘남한퍼스트’만 염두에 두고 임해주길 바랍니다.

    / 권신일 전 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