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에 이상 없어… 신림동 숙소·'고파스' 남긴 글 통해 "나라 좋아지기 바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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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뉴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뒤 잠적했던 신재민(33)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반나절 만에 거주지 인근 한 모텔에서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3일 경찰·소방당국에 따르면 신 전 사무관은 이날 낮 12시22분쯤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인근 모텔 객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에 의해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곧바로 그를 구급차에 태워 인근 동작구 보라매병원으로 후송했다.

    신 전 사무관의 의식은 양호했으며, 몸에도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심신 안정이 되면 바로 퇴원조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날 오전 7시 대학 친구에게 '요즘 힘들다' '행복해라'라는 내용의 예약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지인들과 소식을 끊었다. 문자 받은 대학 친구는 약 1시간20분 뒤인 오전 8시20분께 112 신고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은 급히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신 전 사무관 거주지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원에서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와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전화기는 신 전 사무관의 명의가 아닌 그가 전날 만난 대학 선배로부터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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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고파스ⓒ
    신 전 사무관은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흔적을 남겼다. 그는 잠적 3시간여 만인 오전 11시19분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신재민2'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렸다. 

    그는 "진짜 스트레스 받아서 이지경이 된 것이다"라며 "그래도 전 잘 한 것 같다.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 그냥 나라가 좀 더 좋아지길 바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29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청와대가 기획재정부를 통해 KT&G 사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날인 30일에는 "청와대가 4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그는 당시 국고채 발행계획 보도자료 취소를 요구한 인물로는 차영환(현 국무조정실 2차장)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목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의 폭로가 이어진 뒤 곧바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