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4세, 지병으로... 중국서만 1억부 판매 '무협'의 신... 하버드大 교재로도 읽혀
  • ▲ 중국 유명배우 유역비. 2006년 김용의 소설 '신조협려전'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에 출연했을 당시 모습. ⓒ2006년판 신조협려전 캡쳐.
    ▲ 중국 유명배우 유역비. 2006년 김용의 소설 '신조협려전'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에 출연했을 당시 모습. ⓒ2006년판 신조협려전 캡쳐.
    중장년 남성들이라면 무협소설 ‘영웅문’, ‘소오강호’, ‘천룡팔부’, ‘녹정기’, ‘협객행’, ‘백마소서풍’ 등을 한 번 쯤은 읽어봤을 것이다. 이 소설을 지은 작가 김용(金庸, 본명 사량용 査良鏞)이 지난 30일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김용이 창간한 홍콩 언론 ‘명보(明報)’에 따르면, 김용은 홍콩 양화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홍콩에서 기자 생활
    김용은 무협지의 틀을 잡은 소설가이자 기자다. 1924년 2월 中저장성 해녕현에서 태어난 김용은 중국 공산화 이후 홍콩으로 건너갔다. 모친은 일제의 중국 침략 때, 부친은 공산화 이후인 1951년 반동지주로 몰려 살해당했다고 한다. 김용은 이후 홍콩으로 건너가 ‘대공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신만보’의 편집장을 맡았던 1959년 ‘명보’를 창간했다.

    신문 창간 후 구독률 제고 위해 무협 연재 시작 
    김용의 소설은 ‘명보’와 관련이 깊다. 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55년 무렵. 그러나 ‘명보’를 창간한 뒤에는 신문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이곳에만 독점 연재했다. 1955년부터 1972년까지 그가 쓴 무협소설은 15편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영웅문’으로 소개된 김용의 소설은 사실 ‘곽정’과 ‘황용’을 주인공으로 하는 ‘사조영웅전’, ‘양과’와 ‘소용녀’가 나오는 ‘신조협려전’, ‘장무기’가 조로아스터교(명교)의 교주로 등장하는 ‘의천도룡기’ 세 편이다. 이 소설들은 1980년대 중반 한국에서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소설들은 중국 송나라와 몽골 지배기, 원나라, 명나라 초창기까지의 역사적 배경 속에 가상의 인물을 집어넣어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것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를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스토리가 탄탄했다.

    대만에서 1000만부, 중국서 1억부, 한국서 800만부
    그 덕분인지 김용의 소설은 대만과 홍콩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대만에서는 1,000만 부 이상,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에는 본토에서 1억 부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비공식적으로는 80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 ▲ 중화권에서 '신필'로 불리던 언론인이자 소설가 김용이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화권에서 '신필'로 불리던 언론인이자 소설가 김용이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용은 이후 한국에도 잘 알려진 ‘동방불패’의 원작 ‘소오강호’,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녹정기’ 등을 써내며 무협지를 다른 나라들이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시발점으로 만들었다. 美하버드大 중국 관련 학과에서는 그의 소설이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고, 세계 각국에서는 그의 소설을 연구해 학위를 받은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덩샤오핑도 김용 무협의 팬
    반면 김용은 생전에 본인을 언론인이자 논설가로 인정해주기를 원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무협지를 통해 당시 중국 본토는 물론 대만에서 독재체제 하에 있던 중국인들이 희망을 갖기를 바랬다고 한다. 그의 뜻을 알았던지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 또한 김용의 무협지를 즐겨 읽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