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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가 ‘안창호’급 건조 취소? 사실과 달라

문재인 정부 ‘대양해군’계획 믿기 힘든 이유 ①탈원전 선언 뒤 ‘핵추진 잠수함’ 도입

입력 2018-09-24 14:30 수정 2018-09-25 11:58

▲ 지난 9월 14일 열린 '안창호'함 진수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故노무현 前대통령 때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방력 강화가 제대로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을 때가 많다. 지난 9월 14일 대우조선해양에서 진수식을 가진 3,000톤급 잠수함 ‘안창호’ 함 또한 문재인 정부 덕분에 건조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은 3,000톤급 잠수함 건조와 핵추진 잠수함 도입계획이 늦어진 것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였다. 당시 군 당국이 “2018년에 3,000톤급 잠수함 1번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은 언론 보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양해군’의 꿈, YS가 만들어 MB가 키웠다

3,000톤급 잠수함이 한국 해군에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노무현 정부 때가 아니라 김영삼 정부 때다. 1990년대 초중반 해군과 합동참모본부 등은 해체된 소련의 잠수함 기술자들을 데려오고, 소련이 개발 중단한 대형 재래식 잠수함과 핵추진 잠수함 설계도 등을 들여오는 것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군 당국은 관련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았지만, 1994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러시아로부터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 기술을 도입, 자체적인 소형 원자로 연구를 시작했고, 1996년 4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중형 잠수함 건조를 지시한 것 등이 당시 정황을 보여준다. 이때 논의되던 중형 잠수함은 ‘안창호’급과 동일한 배수량 3,000톤급이었다.

그러나 한국 해군의 중형 잠수함 계획은 김대중 정부 때 취소된다.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에는 배수량 3,000톤인 ‘킬로’급 잠수함을 러시아에서 직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해군 실사단을 보냈지만 확인 결과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와 도입을 취소했다.

이후 중형 잠수함 계획이 다시 살아난 것은 2003년 5월 노무현 정부가 ‘자주국방’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이 단독행사 하는 것을 전제로 어떤 전력을 갖춰야 하는지, ‘자주국방’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방연구원(KIDA)에 지시했다.

이후 “한국군 혼자서도 북한군은 물론 주변국 위협을 막을 수 있으며, 자주국방도 가능하다”는 비전을 내놓은 국책연구기관을 앞세워 그동안 중단됐던 무기체계 개발을 시작한다. ‘KSS-Ⅲ’으로 불리던 3,000톤급 잠수함 계획도 이때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 차차기 잠수함으로 배수량 4,000톤 이상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계획도 세우고 2003년 6월 2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 美해군 LA급 핵추진 공격잠수함 '샌프란시스코'함이 경남 진행에 입항했을 때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4년 1월 26일 ‘조선일보’는 “한국군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비밀리에 세웠다”는 보도를 내놨다. 군 당국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2005년 12월 한국군 고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4,000톤급 핵추진 잠수함 여러 척을 2012년 이후 실전배치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추진했으나, 2004년 1월 어떤 언론 보도로 좌절됐다”면서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잠수함 개발 계획,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이어받아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주장도 있다. 2006년 12월 6일 ‘문화일보’는 “국방부가 해군의 비대칭 전력 증강사업으로 추진해온 3,000톤급 잠수함 독자개발 계획이 사실상 유보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해당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3,000톤급 잠수함은 적정 시기에 확보하도록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되어 추진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어진 해명 내용은 ‘문화일보’의 보도가 사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당시 합참은 “최초 계획은 2012년부터 3,000톤급 잠수함을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국방과학연구소의 개념설계 결과 기간 내 확보가 곤란해 장기간 전력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14급 잠수함(배수량 1,800톤급) 6척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가 다시 “왜 갑자기 3,000톤급 잠수함 건조계획을 연기하고 1,800톤급 잠수함 6척을 추가로 건조하느냐”며 “혹시 특정업체가 로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합참은 2006년 12월 11일 해명자료를 통해 “잠수함 소요계획은 해군의 건의에 따라 국방부, 합참, 육·해·공군, ADD, KIDA 등 관련 기관에서 여러 차례 심층 검토한 뒤 소요를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2007년 5월 16일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제16차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방위사업청은 ‘KSS-Ⅲ’ 사업기본전략을 확정받았다. 2조 5,0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000톤급 잠수함 3척을 독자기술로 건조,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KSS-Ⅲ’ 사업의 첫 번째 결과물인 ‘안창호’함이 2018년 9월 14일 진수된 것이다.

즉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는 ‘KSS-Ⅲ’ 사업을 중단하지도 취소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한 사업을 이어받아 계속 진행해 왔다. 다만 핵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검토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꿈꿨던 핵추진 잠수함 보유

▲ 말레이시아가 도입한 스코르펜급 디젤 잠수함 '턴쿠 압둘 라만'함. 디젤 잠수함이다. 한때 한국은 프랑스 스코르펜급 잠수함에 원자로를 넣어준다는 프랑스 업체의 제안에 주목한 적이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한국 해군이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2009년 7월 17일 ‘한겨레 신문’은 해군 출신 잠수함 전문가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이들은 “진정한 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신문’의 보도 내용은 이랬다.

“…4,000톤급 잠수함 사업은 SSX사업으로 불리는데, 1996년 4월 김영삼 대통령이 지시한 3,000톤급 잠수함 건조지시가 기원이다. 핵추진은 비핵화 협약 위반이라는 반대 주장도 있으나 근거가 없다. 2009년 비핵국가인 브라질은 프랑스 바라쿠다급 잠수함 도입계획을 했는데 국제사회에서는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엔진만 원자로를 사용하고 무기는 재래식 무기를 쓰기 때문이다.(하략)”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한 꿈은 노무현 정부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도 가졌다는 근거도 있다. 2010년 10월호 ‘월간조선’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같은 해 4월 영국을 방문했을 때 고든 브라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용 연료인 ‘농축우라늄’ 도입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에 브라운 英총리는 “농축도 20% 미만의 U-235(우라늄) 공급과 재처리까지 담당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당시 ‘월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각별한 관계인 영국이 한국에 핵연료를 판매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미국과의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동안 한국 학계와 해군에서 ‘핵무기의 핵분열과 핵추진 잠수함의 핵분열은 다르다’고 문제 제기했던 것이 미국 정부에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가 연기되는 등 한미동맹이 복원되면서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당시 인터뷰에 응한 신재인 前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설계도면을 제공받는데 성공한 바 있다”면서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를 건조·탑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월간조선’의 보도처럼 한국군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난관이 적지 않다. 특히 미국보다는 중국의 반대를 넘어서는 게 큰 문제다. 중국은 방어용 무기인 ‘사드(THAAD)’ 배치는 물론 한국군이 최신 무기를 도입할 때마다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런 중국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몇 차례 언급하며 해군에게 희망을 줬다. 2017년 8월 3일에는 휴가 중 진해해군기지에서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질문을 한 뒤 “해군의 꿈이었구나”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8월 7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을 잠수함에 탑재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부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여러 차례 잠수함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과 송영무 국방장관의 과거 등이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관심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 언론은 “2003년 6월 2일 조영길 당시 국방장관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계획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비밀리에 사업을 추진했는데 송영무 국방장관도 여기에 참여한 사업단 실무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큰 관심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탈원전 비핵화 정책과 핵추진 잠수함, 그리고 북한의 동향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에 관심을 갖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취임 직후부터 ‘탈원전 정책’을 내세우며 무리하게 원전 가동을 중단했으면서 무기에 사용할 원전은 제한하지 않느냐, 모순된 행동 아니냐는 비난이었다. 물론 “핵추진 잠수함과 핵무기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경두 신임 국방장관도 그 중 한 명이다.

정경두 신임 국방장관은 2017년 8월 18일 합참의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탈원전 정책이 서로 상충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탈원전 정책과 핵추진 잠수함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경제적 측면이나 안정성, 기타 여러 가지 고려돼야 할 부분들이 있는데, 그 둘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되고 향후 그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국내 문제로만 보면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북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논란을 벌일 시간이 없음을 알게 된다. 한 예로 김정은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할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8년 전부터 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NK지식인연대’는 2016년 8월 31일 내외신 기자 초청 북한실상설명회에서 “북한은 2017년 10월까지 3,000톤급 신형 잠수함 제작을 완료한다는 목표 아래 2009년부터 극비리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전력해 왔다”면서 “우선 러시아에서 들여온 3,000톤급 잠수함 가운데 한 척을 개조해 2015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기로 한 신형 SLBM을 4발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다른 한척은 완전히 리모델링을 해 3,500톤급 핵추진 잠수함으로 건조하는 계획을 동시에 추진 중”이라고 주장했다.

▲ 북한의 SLBM '북극성' 시험발사 장면. 북한이 몇 년 전부터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 중이라는 주장도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K지식인연대’는 “김정은이 김정일에 의해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자리를 얻은 뒤 제2경제위원회(군수경제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이때부터 핵탄두, 장거리 탄도미사일, 핵추진 잠수함, 수중 핵무기 개발 등이 상당한 탄력을 얻게 됐다”면서 “현재 북한은 함경남도 신포 잠수함 기지에 배수량 3,000톤급 러시아 잠수함 2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대단히 빠른 속도로 핵추진 잠수함도 건조 중”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 또는 건조하고 있다는 주장은 비슷한 시기 이미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상업용 위성으로 촬영한 신포항 일대에서는 기존의 북한군 잠수함보다 훨씬 큰 잠수함의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되기도 했고,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SLBM ‘북극성’의 시험 발사도 여러 차례 실시했다. 북한이 실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여기에 SLBM을 한두 발이라도 탑재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핵추진 공격 잠수함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려는 이유가 북한의 SLBM 위협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과 손을 잡고 주변국가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대양해군’이고 뭐고 간에 멸망의 길을 걷게 되리라는 성급한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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