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업무보고 "정치권 추천 등으로 2011년 이후 300명 늘어"... 권고사직 추진 시사
  • 최근 MBC 안에서 소문으로 돌던 '대규모 인원 감축설'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 자리에서 '사실'로 공식 확인됐다. 

    지난 7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도인(전 MBC 편성본부장) 이사는, 업무보고를 위해 참석한 MBC 경영진들에게 "10월경 100여명 정도를 (권고사직과 희망퇴직 등으로) 솎아낼 것이라는 소문이 사내에 돌면서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인원 감축설'에 대해 질의했다.

    조능희 편성본부장 "현재 인력 운영실태 조사 중"


    이에 대해 조능희 MBC 기획편성본부장은 "명퇴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되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인원 감축설'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조능희 본부장은 이어 "현재 인력 운영실태를 전수조사 중인데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인력 운영·배치를 하겠다"며 인력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진행 중인 인력 전수조사와 관련 "2011년과 비교해 약 300명 정도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구체적인 조사 현황도 밝혔다. 조 본부장은 또 "SBS에 비해 24% 정도의 인력을 더 운용하고 있는것으로 파악됐다"며 인력 감축의 불가피성을 제기한 뒤, 직원 감축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살펴보니 알 수도 없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특정 정치권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도 있고, 비정규직들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조 본부장이 언급한 '특정 정치권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 '알 수도 없는 사람들'은 2012년 장기노조파업 사태 이후 채용된 경력기자들을 가리킨다. 이는 최근 언론노조에서 MBC 파업 이후 보수정권이 추천하는 기자들이 일부 채용됐음을 밝히며 당시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음을 지적하고 나선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언론에 공개되는 방문진 정기이사회를 통해 소위 '시용 기자'로 불리는 이들이 인적 청산의 대상이자 MBC 재건을 위한 '희생양'임을 공표한 셈이다.

    조 본부장은 또 "한쪽에선 (희망퇴직 얘기에) 불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한쪽에선 조직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며 이 방만한 조직을 대체 언제까지 끌고 가야 하느냐는 사내 여론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MBC 정상화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정형일 보도본부장도 "MBC가 지난 6년간 신입 기자를 뽑지 않는 대신 90명이 넘는 시용·경력 기자를 선발했는데 결과적으로 타사에 비해 우수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며 2012년 이후 입사한 MBC 구성원들을 평가절하했다.

    최승호 사장, 작년 말 80명 '좌천' 관련 "MBC 재건 위한 것"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는 최승호 사장도 참석해, 80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일거에 '한직'으로 발령내 논란을 일으켰던 작년 말 인사 조치에 대해서 발언했다. 최 사장은 "MBC를 바르게 재건하기 위한 '청산 작업'이었다"며 "이를 토대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고 당시 인사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최 사장은 "이전 경영진 시절 있었던 왜곡보도와 이에 저항하는 구성원을 '블랙리스트'로 탄압한 문제들의 진상을 규명하는 한편, 성적 폭력·갑질·횡령 등의 비위 행위를 적발하고 이를 청산하는 작업을 통해 어떤 조직보다도 투명하고 윤리적·자율적이었던 MBC만의 정신을 회복하고자 했다"며 MBC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노력의 한 방향이 바로 '청산'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에 김도인 방문진 이사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SBS의 1/3 수준이라고 하소연하면서 왜 경력기자 80여명을 현업에서 제외시켰는지 의문"이라며 "단적인 예로 이재용·이성배·양승은·이정민 등 MBC가 배출한 우수한 아나운서들이 갑자기 화면에 안보이고 있는데, 이런 분들도 같이 품고 가면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이사는 "지난해 파업에 불참한 사람들을 부당 노동행위자들로 간주하고 엉뚱한 부서로 배치한 뒤 업무평가를 내려 저성과자로 몰아가려는 게 아니냐"며 일부 기자들에 대한 징계성 인사 조치가, 업무 성과가 아닌 '파업 참여 여부'에 있는 게 아닌지를 따지고 들었다.

    이와 관련, 변창립 MBC 부사장은 "이재용·이성배 아나운서는 지금 감사국 쪽에서 조사를 받고 있고, 결과가 나오면 방송 투입 여부를 고려할 계획"이라며 "언급하신 분들의 '능력'이나 회사에 대한 '기여도'에 대해 이의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형일 보도본부장은 "시용·경력 기자가 90명 정도 되는데 그 중 보도국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가 53명 되고, 뉴미디어국에서 일하는 기자 12명, 통일방송추진단에 속한 기자 1명까지 모두 합쳐 66명이 현업에서 일하고 있다"며 '80여명이 현업에서 제외됐다'는 김 이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 본부장은 또 "생방송 뉴스, 영상 관리팀에 가 있는 11명과 TV·라디오 주조와 홍보 마케팅 부서에 있는 11명 전부 본인 동의를 받아 배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파업 참여 여부와 업무 배치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이는 일부 특정인들이 만들어낸 말로, 향후 전수조사를 해서 전 사원에게 걸맞는 업무를 줄 것이고, 보다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나아가 '일부 기자들이 엉뚱한 부서에 배치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기자들에게 지원을 받고, 본인과 협의 하에 내려진 발령"이라며 "강제로 업무 조정이 이뤄진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