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노조·제1노조 "로그인 기록 공개하라"... 사측 "허위사실로 회사 이미지 실추" 형사고소
  • 양승동 사장 체제 후 출범한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이메일 사찰 의혹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측이 당초 의혹을 제기한 공영노조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대치가 격화되는 모양새다.

    KBS는 지난 31일 공영노조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공영노조가 사실 확인 없이 직원들 추정만으로 억지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KBS측은 "공영노조의 주장으로 인해 국회 상임위에서 일부 야당의원들이 KBS가 이메일을 불법 열람한 것처럼 추궁하는 등 회사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고 근거를 덧붙였다.

    그러나 공영노조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맞섰다.

    공영노조는 "우리는 구체적 사찰 의혹을 제보받았고, 정당한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 노조 적법 활동에 사측이 고소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사내에서는 이미 이른바 '이메일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말들이 많고, 심지어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는 말까지 나돈다"며 "긴말 하지 않겠다. 조사하면 다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창경 공영노조 위원장은 "정당한 의혹제기 등 노조의 적법 활동에 대해 사측이 고소를 남발하는 것은 노조 활동을 억압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며 사측의 고소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공영노조는 지난달 26일 양승동 사장을 포함한 진미위 추진단장 등 15명을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영등포 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영등포 서는 조만간 KBS공영노조위원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사측과 공영노조의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KBS노동조합(제1노조) 역시 "사측이 무고하다면 이메일 로그 기록을 공개하라"고 촉구에 나선 상황.

    "양승동 사장, 연임 위해 시간끌기" 비판

    KBS1노조는 2일 성명을 내고 "간단하게 공개하면 될 일을 소송전에 들어갔다는 것은, 사찰의혹에 자유롭지 못한 양승동 사장이 연임을 위해 시간끌기에 들어갔다는 의혹을 낳는 것"이라고 사측의 공영노조 고소 행위를 꼬집었다.

    공영노조는 3일 재차 성명을 내고 "KBS 메일 로그인 기록을 지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 지금까지는 이메일 로그인 기록을 지운 적이 없었다"며 "만약 누군가가 특정 기간 로그인 기록을 지운다면 그건 증거인멸 시도의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영노조에 따르면, KBS 사규에는 이메일 로그인 기록을 지우기 위해서 반드시 사원-팀장-부장-국장 등의 결재라인을 거치도록 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KBS 이메일 사찰 의혹이 법적 공방을 예고하면서 그 진위 여부를 포함한 사법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2012년 MBC 보안프로그램 트로이컷 설치당시에는 "사측이 무단으로 노조원 이메일을 열람했다"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는 사법부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트로이컷은 MBC 사측이 2012년 파업 당시 '트로이컷'이라는 프로그램을 직원들의 컴퓨터에 설치해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침해한 의혹을 받았던 사건이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는 김재철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대법원은 "노조들의 일상적 조합활동 및 쟁의행위를 위축하고 방해했다"며 단체행동권을 침해한 혐의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