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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스마트폰 '평양2406' 사용설명서. 대북소식통 제공 ⓒ 뉴데일리DB
유진투자증권이 최근 발표한 북한 IT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10년전 5300명에 불과했던 북한 내 휴대폰 이용자 수가 지금은 400만명에 이른다.
대북소식통들도 북한에서 불고 있는 '휴대폰 열풍'의 상황을 전한다. 국내 언론들도 북한의 내부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휴대폰 열풍은 과연, 휴대폰 사용의 일반화와 북한 경제의 전반적인 호전을 뜻하는 것일까?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현재 이집트 통신사인 오라스콤과 합작으로 생산 판매되고 있는 '평양2406', '신형 아리랑AP123' 등 북한 스마트폰은 중국돈으로 3500위안(한화 약 59만원)에서 4000위안(한화 약 67만원)이다. 옛 기종이나 중고폰의 경우 2500위안(한화 약 42만원)에서 최저 1000위안(한화 17만원)에 거래된다.
가장 싼 휴대폰도 5~6개월치 월급에 해당
하지만 북한 일반 노동자 월급은 북한돈으로 평균 2500원, 한국돈으로는 2만 7500원이다. 67만원(한국돈 기준)짜리 최신폰을 일반 노동자가 구입하려면 2년동안 먹지도 쓰지도 않고 월급을 모아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저가 17만원짜리를 구입하자고 해도 5~6개월 월급이 있어야 가능하다. 북한 주민들의 평균 월급을 고려할 때 400만대 휴대폰 보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고가의 휴대폰 400만대는 과연 누가, 어떤 계층이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휴대폰 사용이 가능한 부유층은 평양을 위주로 한 엘리트 계급과 국경지역 및 타 도시들에 살고 있는 장마당 세대 중산층들이다.
북한 경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경제난으로 국가경제와 민간경제가 따로 작동하고 있다. 국가로부터 분리된 소위 장마당 세대가 중산층을 형성하면서 북한에 휴대폰 열풍을 몰고 온 것이다. 또한 과거 당국의 철저한 도감청으로 운영되었던 유선전화에 대한 불신으로 휴대폰에 대한 선호가 커진 탓도 있다.
북한의 휴대폰 열풍은 휴대폰 회사간 경쟁의 원인도 있다. 북한에서 네트워크 서비스는 오라스콤이 하고 있지만 '고려링크'와 '강성네트워크'이라는 두 텔레콤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들이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판매 계획이 워낙 많다보니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주민들과 시장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국가규정의 완화도 휴대폰 열풍에 한 몫을 했다. 과거에는 성인 한 명이 1대의 휴대폰만 소유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인 3대로 확대해 휴대폰 보유 규정을 완화시킨 것이다. 대북소식통은 현재 국경 부근의 가정들은 모두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중산층의 경우엔 중학생(초급중학교)이 휴대폰을 가진 경우도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북한의 모든 가정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건 아니다.
평양의 경우 청소년들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부끄러울 정도로 유행한 상태이며 중앙급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는 필수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와 카톡 사용은 여전히 불가능한 상태이다. 사실상 스마트폰 구실을 못하는 사치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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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스마트폰 '평양 2406'
'장마당' 중산층이 400만 휴대폰의 주고객
현재 북한에서 부유층으로 분류되는 엘리트 그룹을 제외하고 북한 내수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중산층은 북한정권에 종사하는 엘리트 그룹과는 성격이 다르다. 1990년대 경제난 이전에는 북한 주민들 속에서 노동당에 입당하는것이 핵심계급으로 진출하는 필수요건으로 간주되었으나 경제난을 겪으면서 노동당 입당은 시장에서 돈을 버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주민들은 점차 당에 충성해 노동당원증을 갖는 것 보다 노동당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편하게 개인 장사를 하는것에 더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침에 공장과 농촌으로 출근한 것이 아니라 농산물 또는 생필품 보따리를 들고 암시장으로 출근했다. 그들이 오늘날 북한을 지탱하고 있는 이른바 중산층으로 자라나게 된 것이다.
현재 북한의 휴대폰 이용자 400만명 중 북한정권에 종사하는 엘리트 그룹보다 장마당에서 자란 중산층이 더 많을 것이라고 탈북민들을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