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타워→ 태평로 본관→ 을지로 본관→ 서초동 사옥 7000억에 매각… "정부 탓" 볼멘 소리
  • 삼성그룹이 부동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벌어진 일이다.

    지난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회사가 소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사옥을 NH투자증권과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에 나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코람코자산신탁이 리츠를 설립해 삼성물산 서초사옥을 인수하고, NH 투자증권이 총액 인수 형태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도 투자자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서초사옥 인수전에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가 대거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투자자인 NH투자증권, 코람코자산신탁, 이지스자산운용, 페블스톤자산운용 등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회사인 메이플트리 등 외국계 기관 투자자까지 총 10여곳이 군침을 흘렸다고 한다.

    국내외 굵직한 투자자들이 입찰에 대거 몰린 만큼 매각 가격도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하7층~지상 32층 연면적 8만1117㎡ 규모의 해당 건물은 3.3㎡당 3000만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계산해보면 총 가격대가 7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8년 완공된 삼성 서초사옥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인접해 있다. 해당 사옥은 '서초동 삼성타운' 3개 동 중 B동으로, 현재는 삼성화재가 빌려쓰고 있다. 나머지 A동과 C동은 삼성이 계속 사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 삼성그룹이 잇달아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다.

    2015년 말에는 삼성생명이 서울 종로2가 종로타워를 약 3000억원에 매각했다. 1년 후인 2016년에는 태평로2가 삼성생명 본관을 5800억원에 팔었다. 을지로 삼성화재 본관은 4400억원에 넘겼다.

    일각에선 삼성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에 "해외로 움직이려는 전초 현상이 아니냐"는 의심을 내비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잇단 사옥 매각에 대해 "정부의 영향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및 AI 등 차세대 먹거리 사장에서 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미국의 세이프가드 문제도 있고, 기업 환경 경쟁이 점차 심화되는 상황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도와주지 못할 망정, 지속적인 압박을 이어가면 삼성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키아가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기업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데, 오히려 정부는 기업 앞길을 막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가면 삼성 뿐만 아니라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