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기준 일반 복선 철도 1km 연결하는데 259억원…전력·발전시설은 추가로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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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협력 분과회담이 지난 26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남북은 공동 보도문을 통해 남북 철도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한국과 북한 사이에 끊어진 철도만 이으면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철도 여행이 가능해질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 지난 26일 남북철도협력분과회담에서 양측은 철도연결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철도연결의 꿈 담은 남북 공동보도문
남북 당국은 26일 공동보도문을 통해 철도연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동보도문은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실천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내용을 보면 남북 당국은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를 단순히 잇는 데 그치지 않고 북한 철도의 현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양측 합의라고는 하나 사실상 한국이 북한 철도를 현대화 해주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당국은 철도연결에 앞서 북한이 ‘허락한 구간’을 현대화하기 위한 공동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간은 금강산부터 두만강, 개성부터 신의주까지다. 공동 조사는 7월 24일부터 경의선에서 시작하고 동해선은 뒤 이어 실시하기로 했다.
7월 중순에는 경의선 구간 가운데 남북 철도를 먼저 이어야 하는 문산-개성 구간, 동해선의 제진-금강산 구간부터 먼저 공동 점검하기로 했다. 양측은 점검 결과에 따라 신호·통신 개설 등의 필요한 후속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대목도 있다. “남북은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설계, 공사방법 등 실무적 대책들을 구체적으로 세워 나가기로 했으며, 결과에 따라 착공식은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즉 북한이 문을 열어주면 한국이 기술과 자본을 투입해 북한 지역의 낡은 철도를 최신식으로 모두 바꿔주기로 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앞으로 북한 측에 어떤 조치를 취해줘야 할까. 북한의 철도 상황을 알아봐야 짐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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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도 인정한, 처참한 북한 철도 현실
- ▲ 은하철도 999가 아니다. 2007년 유튜브에 올라온, 북한 열차 모습이다. 놀랍게도 증기 기관차다. ⓒ유튜브 캡쳐.
통일부가 북한정보포털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북한 철도 총 길이는 5,226km로 한국 철도의 3,918km보다 훨씬 더 길다. 여기다 노선의 79.8%가 전철화 돼 있는데 이는 한국의 68.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노선 또한 공식적으로는 100여 개라고 한다.
이처럼 통계상으로 보면 북한의 철도 체계가 한국을 능가하는 것은 당국이 옛날부터 화물과 여객 수송의 대부분을 철도가 담당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화물 수송의 90%, 여객 수송의 62%를 철도가 부담하도록 국가운송체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말 그대로 ‘시궁창’이다. 북한 철도의 70% 이상이 일제시대에 건설한 것이다. 100년도 더 된 설계를 적용해서인지 철도의 침목이 수십 년 전에 깔았던 나무 침목이라고 한다. 게다가 철도의 98%가 단선이어서 한 철도 노선에 동시에 2대의 열차가 달릴 수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는 세계 표준이 된 폭 1.435m의 ‘표준궤’ 구간이 4,591km나 되기는 하나 523km는 여전히 협궤 구간이다.
전체 철도의 80%를 차지하는 전철 구간에 공급하는 전력도 문제다. 공급 전압은 일제시대 때 원산 복계-고간 구간에서 사용하던 것과 같은 직류 3,000V다. 변전소는 수동 및 반자동이라고 한다. 참고로 한국의 전철은 전압 2만 5,000v의 교류 단상 급전, 또는 1,500kv의 직류 급전 방식을 사용한다. KTX는 이보다 훨씬 높은 전압의 교류를 사용한다. 사고가 없으면 사실상 정전이 없고 발전량이 워낙 큰 한국이다 보니 열차에 쓰는 전압도, 전력량도 북한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여러 가지 환경 때문에 북한 열차의 평균 속도는 30km/h 이하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북한이 지난 5월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할 때 외신 기자들을 원산에서 270km 떨어진 곳까지 ‘특별열차’로 실어 나르는데 12시간이나 걸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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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북한 철도 깔아주려면 얼마나 들까?
- ▲ 2007년 5월 경의선 연결 후 시험 운행에 나선 열차. ⓒe국가영상관 화면캡쳐.
북한 철도가 이런 상황이므로 한국이 북한 철도를 ‘현대화’ 시켜 주려면 사실상 새로 건설해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면 북한에 철도를 깔아 주는데 얼마나 들까.
일단 고속철이 아닌 일반 철도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은 200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도심이 아닌 곳에 복선 전기철도 1km를 건설하려면 299억 원, 일반 철도 1km는 265억 원 가량이 소요됐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 도심일 경우에는 복선 전기철도 438억 원, 일반 철도 399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철도가 지나는 경로의 땅을 단단히 만들고 열차의 진동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 철로 제작 및 건설, 침목 설치, 전력 공급망 건설 등의 비용이 포함된 것이다. 14년이 지난 지금은 그 비용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 2004년 비용에 맞추고, 북한이 한국 측에 현대화를 요구한 경의선(개성-신의주) 411.3km와 ‘제진-금강산’ 구간이 포함된 금강산 청년선 102.3km을 모두 새로 건설해 준다고 치면 얼마나 들까. 총 513.6km 연장 구간을 일반 복선 철도로 깔아줄 경우 13조 6,104억 원, 복선 전기철도로 건설할 경우 15조 3,566억 원 가량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북한 열차는 제대로 운행을 못 한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제대해 귀가하던 여군들이 열차 안에서 굶어죽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유는 전력 부족이다. 북한 철도의 80%가 전철화 되어 있음을 고려해서 현대식으로 만들어 준다고 해도 발전소와 변전시설, 승압시설, 여기에 맞는 최신형 기관차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런 시설과 장비까지 다 해줘야 남북 철도연결이 됐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지난 5월 초 국책 연구기관 한 곳이 “남북 철도연결에 최소 4조 3,000억 원, 최대 37조 6,0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한 보고서를 내놔 화제가 됐다. 당시 이 연구기관은 “최소 비용은 북한이 인민군과 기타 자재 등을 최대한 동원했을 때를 가정했고, 최대 비용은 남북 당국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순수 민가 자본으로 철도를 건설했을 때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이 연구기관이 비용을 예상한 철도 연장은 660km 가량이었다.
해당 연구기관의 분석도 분명 합리적인 가정을 전제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불합리성과 비이성적 행태다. 미군 유해 발굴에도 돈을 요구하고, 자기네가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할 때도, 싱가포르에 정상회담을 하러 갈 때도 비용을 대 달라고 요구하는 북한 당국이 과연 철도 연결에 북한군 병력과 각종 자재를 제공할 지 의문이다.
이처럼 남북 철도연결은 어디 침목 몇 개 놓고 철도만 이으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최소한 14조 원 가량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