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 대부 김영환 "운동권 출신 靑인사, 주사파 핵심 아냐""김정은, 6년 반 동안 北경제 개혁 주력..'포전담당제' 도입""북한, 美요구 핵사찰엔 협조..완전한 핵폐기 현실화엔 의문"
  • '강철서신'의 저자(著者)이자 한때 주사파의 대부로 불렸던 김영환(55)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북한 입장에서 보면 비핵화는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게 아니고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며 "통제된 북한 체제에서는 핵무기를 충분히 감출 수 있다"는 시각을 내비쳐 주목된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7일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최근 행보가 '위장 평화쇼'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변화'인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김정은을 믿지 못하지만, 그가 헛소리를 한 적은 없다"며 "집권 6년 반 동안 북한의 경제 개혁에 집중해왔고,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 등 자신이 발표한 것은 나름대로 지켜왔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은 2012년 6·28 조치를 통해 집단 농장을 사실상 한 농가 단위로 맡기는 '포전담당제'를 도입했는데, 2년 뒤 북한의 여러 지역을 조사해보니 대부분 완료돼 있었다"며 "북한 내 합법적인 종합시장이 2010년 200개에서 지난해 468개로 늘어나는 등 김정은 정권이 소기업과 자영업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일도 농업 개혁정책을 폈지만 6개월 만에 개혁에 앞장서는 사람들을 반동으로 몰아쳤다. 시장 개혁도 1~2년 단위로 풀어줬다가 조이곤 했다. 반면 김정은 시기에는 억압 조치로 이해될 만한 정부 발표나 행정 조치, 간부들 움직임이 없었다. 작년 봄 평양의 여명 거리에는 빌딩 40여개가 들어섰다. 민간 자본으로 건설됐다고 한다. 국가와 자본 사이에 얼마간 신뢰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북한 정권 속성상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핵 사찰·검증에 협조할 것으로 보이나, 그 대상과 범위에서만 핵 폐기를 하겠다는 것이지, 완벽한 비핵화는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한 마디로 북한에서 얘기하는 '비핵화'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게 아닌,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북한이 핵무기를 감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요지였다.

    김 연구위원은 "핵 폐기까지 가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그렇게 이행했다 해도 국제 사회에는 핵을 숨겨놓은 것처럼 행세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없애버렸다하더라도 정권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핵무기 카드'를 여전히 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김 연구위원은 '북한 정권에 대한 동조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적화(赤化)를 걱정하는 보수 인사들도 적지 않다'는 최 기자의 지적에 "내가 보기에는 남한의 적화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며 "사실 북한은 그런 능력이 없고, 많은 예산을 써왔지만 성과도 없었다"고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보수 입장에서는 친북 성향의 가치관이 확산됐다고 보지만, 북한의 공작 임무를 책임지는 입장이라면 오히려 남한 체제가 강고해졌다고 느낄 것이다. 한국의 발전된 경제 수준, 자유민주주의, 높은 품위는 매력이 되지만, 북한은 내세울 만한 매력이 없다. 주체사상을 내세우지도 못한다. 주체사상 연구에 더 이상 지원하지 않고 진전도 없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보수 일각에서 북한의 변화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는 현 정권에 대한 불신, 구체적으로 청와대 내 운동권 출신과 북한 정권 사이에 어떤 밀약이 있을 거라는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는 말에 "운동권 출신 청와대 인사들이 체계적으로 이념화된 사람들도 아니고 또 많은 세월이 흘렀다"며 "주사파 핵심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