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공무원 81만 명 증원 공약에 "사회주의 계획경제, 역사 속으로 퇴장"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창업·일자리 관련 1호 공약 발표에서 신림동·노량진 고시촌을 실리콘밸리 같은 창업의 메카로 바꿔야 한다며,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 81만 개를 추가 고용하겠다고 공언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웠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창업·일자리 관련 1호 공약 발표에서 신림동·노량진 고시촌을 실리콘밸리 같은 창업의 메카로 바꿔야 한다며,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 81만 개를 추가 고용하겠다고 공언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웠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일자리 관련 첫 공약을 발표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유승민 의원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창업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제목의 혁신성장 제1호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9급공무원의 최고경쟁률이 406대1을 기록했고, 고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가 공무원, 2위가 건물주"라며 "학생들의 꿈이 건물주인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이어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이 고시학원의 콩나물 강의실과 1평 쪽방에 갇혀 있다"며 "이제 신림동과 노량진 고시촌은 실리콘밸리 같은 창업의 요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몇십 년 버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퇴장한 반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질곡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은 자유로운 기업활동 때문"이라며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대적인 창업 촉진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를 위한 세부 공약으로는 △창업실패 안전망 구축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 △우수 인재의 창업 환경 조성 △벤처캐피탈 설립요건 완화 △초등학교부터 창업 체험 기회 제공 △정책의 중심을 대기업으로 스타트업으로 이동 등을 제시했다.

    이처럼 유승민 의원이 창업 촉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특히 신림동·노량진 공무원 고시촌을 콕 찝어 '창업의 메카' 실리콘밸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공공 고용 확대를 주장한 문재인 전 대표와 정책 상의 대척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18일, 공공 부문에서 8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은 반만 맞는 말"이라며 "정부와 공공 부문이 최대의 고용주"라고 주장했다.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무려 81만 개나 확대하는데 따르는 재원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22조 원이면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4대강 사업은 임기 5년 동안 22조 원이 투입됐지만, 2200만 원짜리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면 매해 22조 원이 투입된다"며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매해 오르는 연봉만큼 계속 투입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위스컨신대 경제학박사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하는 등 현재 대권주자 중 유일한 경제통을 자처하는 유승민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이러한 허점을 파고들기 위해, 굳이 공공 고용과 대비해가면서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무성 의원·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원희룡 제주도지사에 이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마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본선행이 보다 유력해진 상황이다.

    바른정당 경선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대결 구도가 형성돼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다. 범보수 진영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있지만 출마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고 기타 여러 새누리당 내의 대권주자들은 지지율이 소수점에 그치고 있다.

    '반기문 변수'가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본선행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게 된 유승민 의원이 본선 경쟁 상대로 유력시되는 문재인 전 대표와 정책적으로 차별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선 상대인 남경필 지사가 강력히 비판하고 나선 '보수후보 단일화'를 이날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옹호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은 "보수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이 (새누리당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면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보수후보 단일화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내가 바른정당 후보가 된다면, 어떤 보수 후보가 나오든지 범보수 후보의 단일화에 적극 도전하겠다"고 단언했다.

    이날 남경필 지사와 정두언 총괄본부장이 유승민 의원의 '보수후보 단일화'를 가리켜 "원칙 없는 패배의 지름길" "대선 승리보다는 야당 대표가 목적이 아니냐"고 맹렬히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는 "막판에 보수 후보가 새누리당에 하나, 바른정당에 하나 있고 끝까지 단일화를 않는다면 그게 패배의 길이라는 것은 상식"이라며 "보수후보 단일화를 안 하는 게 야당하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