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은 많은 주자가 나와 토론해야" 김무성 출마 가능성도 열어둬
  • ▲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너머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모습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너머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모습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간에서 격론 양상을 띄어가고 있는 '보수후보 단일화' 논쟁을 놓고 두 사람의 주장에 나름 다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6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해 "보수 단일 후보론을 놓고 남경필 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아주 강하게 대립을 하고 있다"며 "나는 두 분의 말이 그렇게 나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전날 각각 기자간담회 성격의 행사를 개최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는 취재진을 매개로 하는 간접적인 설전을 벌였다.

    한 시간 먼저 간담회를 연 남경필 지사가 "유승민 의원의 보수 후보 단일화 이야기는 원칙 없는, 비겁한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포문을 열자, 유승민 의원은 한 시간 뒤 "보수 단일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야말로 (대선에서) 질려고, 야당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격론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공개 모두발언 석상에까지 이어졌다. 남경필 지사는 유승민 의원의 면전에서 "원칙 없는 단일화는 바른정당의 존립 근거의 상실"이라며 "바른정당이 '새누리당 시즌2'라는 오해를 산다"고 공박했다.

    이후 유승민 의원이 공개 모두발언에서 그에 관한 아무런 언급이 없자, 남경필 지사는 유승민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보수 후보 단일화는?"이라고 압박했고, 이에는 유승민 의원도 참지 못한 듯 "생각의 변화가 없어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반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직후 남경필 지사가 "새누리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말하는 것은 해당행위(害黨行爲)"라며 7일로 예정된 의원총회 안건 상정을 요구하자, 유승민 의원은 먼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예사로운 상황이라면 마치 당의 '내홍 상황'처럼 비쳐질 조짐인데도, 주호영 원내대표는 느긋한 모습을 보이며 양쪽의 주장을 정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남경필 후보는 '새누리당을 깨고 나온 사람들이 다시 새누리당 후보와 단일화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의견이고, 유승민 의원은 '정권을 야당에 넘겨주는 것보다는 협력해서라도 집권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라며 "선거 후반부에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쌍방의 의견에 모두 일리가 있다는 태도를 취했다.

  • ▲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최고위원회의 도중 이석하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최고위원회의 도중 이석하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주호영 원내대표가 느긋한 것은 '보수 후보 단일화론'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것이, 바른정당의 경선 흥행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고 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금 바른정당이 처해 있는 최대 고민은 경선의 흥행이다. 애초 새누리당을 '불임정당'이라고 공격하면서 분당(分黨)했는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뜻밖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일이 어그러졌다.

    물론 여전히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라는 대권주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반기문 전 총장에 비해서는 아직 '체급'이 떨어진다. 새누리당에서도 여러 주자들이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시선을 확 끌만한 요소가 부족한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바른정당을 만들게 된 계기에는 반기문 전 총장이라는 국제적인 인물을 모시기 위한 방편도 없지 않았다"며 "반기문 총장이 갑자기 사퇴를 하는 바람에, 같이 정치하기를 기대했던 바른정당도 충격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대권주자가 지금 유승민·남경필 두 분인데 지지율이 낮은 부분이 현재 우리의 고민"이라며 "우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떠들썩한 소리'가 나야 한다. 당내에서 각을 세우는 것은 평소에는 '파열음'이지만, 대선 후보 경선이라는 큰 장(場)이 서게 되면 손님들을 불러들이는 호객 소리가 된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간의 '보수 후보 단일화' 논쟁을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는 태도로 황희 정승처럼 부추기면서, 한편으로 새로운 제3 후보의 경선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모두 경선 흥행을 위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우선 경선은 많은 주자들이 나와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토론할 때 시너지 효과도 있고 주목을 끌 수 있다"며 "유승민·남경필 후보 외에 다른 후보들이 있는지도 찾고 그 가능성을 만들어가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무성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을 돕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변했으니까 '출마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없지 않다"며 "(불출마를 번복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출마 요구가 대단히 높아질 때에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경선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