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김종인, 먼저 가서 잘하라고 해"… 김종인 "'가서 잘하라'고 했을 뿐"
  • ▲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이 7일 국회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기자회견을 한 가운데, 손학규 의장이 영접나온 국민의당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파안대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이 7일 국회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기자회견을 한 가운데, 손학규 의장이 영접나온 국민의당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파안대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눈덩이가 구르기 시작했다. 관건은 대세론을 넘어설 만큼 충분히 세(勢)가 붙느냐에 달렸다.

    국민의당이 7일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을 끌어안은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문재인 대세론'에 맞설 '빅텐트' 치는 작업을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신경전이 치열하던 와중에, 일단 '스몰텐트'라도 치는 데 성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 기자회견을 하기 전부터 나와 있던 문병호·황주홍·손금주 최고위원이 모두 싱글벙글이지 않았느냐"며 "모두들 자기를 중심으로 하는 연대를 기획하고 있는데, 국민의당이 장외의 최대어 손학규 의장을 낚아올린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총선 이후 처음으로 의석이 증가한 것도 유의미하다.

    국민의당과 국민주권개혁회의 사이의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는대로 무소속 이찬열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8일 이찬열 의원의 지역구에서 광역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주성 도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비춰볼 때, 이찬열 의원의 입당도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찬열 의원이 입당하면 국민의당 의석은 39석으로 늘어난다. 한때는 바른정당에게 원내 3당의 지위를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특히 합류 세력이 전통적인 야권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세론'의 한 귀퉁이에 큰 흠집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문병호 최고위원이 이날 손학규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취재진을 향해 "눈덩이론이 대세론을 이긴다"라고 자신있게 부르짖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일단은 '스몰텐트'로 시작했지만, 눈덩이가 구르듯 점점 더 세가 붙으면서, 마침내 문재인 대세론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손학규 의장도 자신의 합류가 정계의 '빅뱅'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학규 의장은 "2~3월 중에 '빅뱅'이 있을텐데, 오늘 국민주권개혁회의와 국민의당의 통합은 (빅뱅의) 시작"이라며 "(빅뱅 과정에서 합류할) 많은 세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손학규 의장은 김종인 대표가 자신에게 "먼저 가서 잘하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먼저 가라'는 말은 곧 자신도 뒤따른다는 게 전제된 말이다. 김종인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과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사진)는 7일 국민의당과의 합류를 선언한 손학규 의장에게 먼저 가서 잘하라고 전했다는 사실을 즉각 부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사진)는 7일 국민의당과의 합류를 선언한 손학규 의장에게 먼저 가서 잘하라고 전했다는 사실을 즉각 부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합류 가능성도 상당히 높게 점쳐진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손학규 의장의 합류가 알려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운찬 총리와는 상당히 가깝게 좋은 이야기가 이뤄졌는데, 이제 또 연락해서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부산 방문 일정 중에 동행한 취재진들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고 "(경선 룰은) 들어오셔서 논의하자"며 합류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안철수·천정배·손학규·정운찬 등이 전부 경선에 뛰어들면, 결과가 뻔한 민주당, 유의미한 지지율의 대권주자가 없는 새누리당, 대권주자들의 지지율 정체에 고전하는 바른정당에 비해 흥행이 보장된다"며 "그 경선의 승자가 문재인 대표와 양자 대결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구르는 눈덩이에 생각만큼 눈이 잘 붙으면서 세가 기대대로 불어나겠느냐는 것이다.

    손학규 의장의 통화내용 공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먼저 가서 잘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며 "'가서 잘하시라'고 했을 뿐"이라고, 손학규 의장이 전한 내용을 부인했다.

    아울러 "내가 그 당에 갈 사람도 아닌데, 먼저 가라는 이야기를 뭣하러 하느냐"며, 그간 개헌·제3지대·빅텐트 등을 놓고 손학규 의장과 긴밀한 논의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논의한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이에 비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운찬 전 총리는 "동반성장을 축으로 하는, 생각이 같은 정치 세력과의 연대를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내부적인 논의를 통해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