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6차례 언급하며 공세… 보수정당 嫡統 싸움 다시 불붙나
  • ▲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7일 국회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7일 국회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가 바른정당의 역사적인 첫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문재인 전 대표의 유엔인권결의안 기권 대북결재의혹을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들의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했다.

    동시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당명을 여섯 차례 언급하며 패권주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전선(戰線)이 불분명해진 보수정당 적통(嫡統) 싸움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엄중한 상황에서 불안한 안보관을 갖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을 통해 드러난대로, 인류의 보편가치인 북한인권 문제까지도 가해자인 북한정권에 물어보고 유엔 표결에 기권한 의혹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처음에는 재검토를 주장하다가,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했다가, 합의를 했기 때문에 다시 논의한다는 게 복잡하다는 둥 오락가락 발언으로 안보 균열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집권한다면,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에 물어보고 사드 배치 문제는 중국에 물어볼 것이냐"라고 돌직구를 꽂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끊임없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비판이 전부가 아니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중국에 입조(入朝)해 왕이 외교부장과 희희낙락하며 만나는 모습을 연출한 민주당 의원들도 준엄하게 꾸짖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들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이 자리하고 있는 본회의장에서 면전에 대고 "순진한 희망이 아니라, 냉철한 대비만이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며 "중국에 이용당하고 국민들에게 사대주의로 비친 일을 의원외교라는 이름으로 한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엄히 나무랐다.

    이어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방어무기로 사드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느냐"며 "사드 문제로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이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안보를 굳건히 하겠다며 '보수 본색'을 아낌없이 어필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북한의 핵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군사동맹이자 가치동맹인 한미동맹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바른정당은 전통적 한미동맹을 더 굳건하게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처럼 '안보 불안'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친문재인) 세력들을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엄히 꾸짖는 이면에는, '안보에 굳건한 정통 보수정당'이라는 점을 내세워 소강 상태에 빠진 새누리당과의 보수정당 적통 경쟁을 우세로 이끌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 ▲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7일 국회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7일 국회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초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 행보를 하고 있을 때만 해도, 반 총장을 영입해 일거에 새누리당을 세(勢)로써 무너뜨린다는 구상이 가능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입당한다면 단숨에 대권주자 보유 현황에서 압도하게 되면서, 의원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분분히 바른정당으로 향할 것은 뻔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만뜻밖으로 반기문 전 총장이 대권 경쟁에서 물러나면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보수정당 경쟁은 소강 상태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유의미한 지지율을 가진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이지만, 바른정당이라고 해서 상황이 그다지 낫지도 않다. 오십보백보와 같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의 당명을 여섯 차례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패권주의 행태를 일일이 들춰내 강하게 비판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는 계파패권과 불통, 독선과 오만, 비선(秘線)의 정치로 일관하다가 결국은 탄핵소추라는 국가적 불행을 초래했다"며 "강성 친박들의 오만불손한 언행, 당헌·당규를 무시한 총선에서의 공천 폭거와 참패,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몰염치… 이러한 요인들이 실타래처럼 엉켜서 오늘의 비극이 발생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처절한 반성과 참회, 그리고 인적 청산과 개혁으로 새로 태어나야 했다"면서도 "여전히 당을 장악한 강성 친박들의 거센 저항에 개혁 노력은 추한 내분으로 이어지고, 당은 공멸을 피할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특정인의 사당이 된 새누리당 안에서는 더 이상 대한민국과 보수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다는 뼈아픈 결론을 내렸다"며 "우리는 보수의 가치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보수임을 말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만들어가겠다"고 천명했다.

    데뷔전을 뜻밖의 강공으로 펼쳐낸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일제히 발끈하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교섭단체대표연설 직후 논평을 통해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는 실리적 태도와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며 "의원외교를 통해 한중 관계를 풀어보려는 시도를 사대주의로 매도하는 모습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강변했다.

    다만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논리가 궁색함을 절감한 듯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말 동감한다"며 "본인들만이 안보정당이라고 주장하는 '감성적인 접근'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 '재벌개혁' 등으로 방향을 돌렸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도 연설 직후 논평을 통해 "한때 몸담았던 새누리당의 이름을 6차례나 언급하며 보수 분열의 책임을 회피하려 온갖 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이 처연했다"며 "틈만 나면 새누리당에 돌팔매질을 하고 있지만, 바른정당에 돌을 들 자격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