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탈당 관련 "대통령 감쌌다면 정의롭지 못한 의리, 비난은 예상"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기대만큼 대권주자로서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의 '비토'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유승민 의원은 6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최보식 선임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맹목적 지지자들은 나를 100% 비토한다"며 "전통 보수라는 박근혜 지지층의 비토가 내게는 최고의 난관"이라고 털어놨다.

    같은날 〈동아일보〉에 보도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유승민 의원은 3.5%에 머물렀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연고지 대구·경북에서 6.8%를 기록했는데, 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20.2%)나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17.5%)은 물론 안희정 충남도지사(8.8%)보다도 낮은 수치다.

    또, 스스로를 '보수'라 밝힌 응답자들 사이에서 유승민 의원은 5.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또한 황교안 대행(38.1%)은 물론 문재인 전 대표(10.9%), 안희정 지사(10.1%),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5.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역풍이 거세지만,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한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책임을 모두 감내하겠다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유승민 의원은 "언론 보도나 촛불 집회를 보고 그랬던 게 아니라, 검찰의 공소장을 읽어보니 탄핵에 안 나설 수 없었다"며 "이런 혐의가 있다면 탄핵 밖에 없는 것이고, 그 뒤로 나는 흔들린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탄핵을 당할 이유가 있는 대통령을 감싸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의리"라며 "이 문제로 정치적 피해와 불이익을 본다면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탄핵 이후 새누리당 탈당과 바른정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정치 행보와 관련해서도 "탈당할 때 비난을 예상했고 감수했다"며 "낡고 부패한 체질을 바꾸지 않고 거수기 노릇을 계속하는 게 옳은가"라고 되물었다.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다만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 일각에서 배신(背信)이라며, 마치 봉건 시대의 군신(君臣) 관계에나 있을 법한 용어로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억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은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때, 흔들리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탄핵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편지를 보내며 주도하다가 확실히 '배신자' 낙인이 찍혔다"며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과 잘해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실제로 유승민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은 유 의원의 새누리당 복당 직후인 지난해 7월 8일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의 상임위 변경에 관심을 표하며, 두 사람의 공통 연고지인 대구·경북 지역의 최대 현안인 대구국제공항 이전 문제와 관련해 약 35초 간 환담했다. 이 때,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약 3개월 뒤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유승민 의원이 "잘 해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는 것은 이 때의 일을 가리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이계와 박근혜 대통령의 친박계가 세게 맞붙었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 진영에 있었기에 친박으로 분류된다. 그 때문에 최근 행보와 관련해 '배신'이라는 비난을 받는다고 여겼던지, 이 부분에 대한 상세한 해명이 있었다.

    유승민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정치·정책적 판단력에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나는 할 말은 하는 성격이라, 안 받아들여지니 불화의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망해서 멀어진 지가 오래됐다"며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는 '배신'이라는 말이 나오게 될 관계가 아닌데…"라고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잘못된 딱지인 '배신'이 붙은 결과는 대권 가도에서 여러 어려움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박사모가 사무실 앞에서 사진과 현수막을 찢고 불태운 적이 있다"며 "설 연휴 동대구역에서 3시간 인사를 해봤는데, 나이 든 분들의 반응이 싸늘하더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의원은 향후 자신을 '비토'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맹목적 지지자들의 마음도 사로잡기 위해 더욱 노력할 뜻을 다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후보 단일화가 본인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는 분석이다. 이날 유승민 의원은 황교안 대행의 출마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자신의 보수후보 적합성을 어필했다.

    유승민 의원은 "보수후보로 누가 적합하냐고 물으면 1~2위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같은날 〈국민일보〉가 보도한 여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28.5%를 얻어, 황교안 대행(20.8%)과 남경필 경기도지사(9.6%)를 크게 앞질렀다.

    "보수정권 10년에 민심이 싸늘하고, 최순실 사태까지 터졌으니 절대 불리한 상황"이라고 정국을 진단한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의 일부가 황교안 대행을 지지하고 있지만, 본선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보수를 떠날 수 없는 사람"이라며 "보수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