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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 꼽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돌연 19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정에 집중하겠다고 26일 밝혔다. 박 시장은 정부를 비난하는 수위 높은 발언과 포퓰리즘 성향의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대권행을 모색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5~6%대에 머무르던 여론조사 지지율이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 동안 한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며, "후보로서의 길은 접지만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선 당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 다하겠다"고 밝혔다.
짧은 기자회견을 마친 박 시장은 이후 기자들과 별도 질의응답을 하지 않은 채 서울시청으로 이동했다.
박 시장은 시청 기자들과 설 맞이 인사를 하면서, 기자회견에서 다 하지 못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불출마 결정의 가장 큰 계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 개인의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며 "시장 재선이 어렵지 않게 됐기 때문에 내가 정치를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3선 도전에 대해선 "그건 내가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설 연휴 일정과 관련해선 "스스로를 좀 추스리고 성찰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여러가지 전망도 하고 새로운 시작도 해야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대선 준비가) 그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난 몇 달 동안 너무나 긴 여행을 했던 것 같다. 국민들의 요구가 낡은 질서를 교체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자는 것이니까, 그 점에선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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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은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지율 반등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대권의 꿈을 접게 됐다. 박 시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촉발된 촛불집회 초반, 야권 정치인 중 이재명 성남시장과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했지만, 기대했던 지지율 반등에는 실패했다.박 시장은 이후 '청년들의 첫 취업 전까지 30만원 지급' 등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같은 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물론이고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크게 밀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박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대상에서, 2년 만에 제외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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