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비대위원장 단수 압축, 내달 4일 의총 뒤 5일 최고위 총사퇴 유력
  • ▲ 새누리당 주호영·정우택·원유철·김재경·홍문종·나경원 의원(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모여 비대위 전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주호영·정우택·원유철·김재경·홍문종·나경원 의원(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모여 비대위 전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백지장을 맞잡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잡아당기던 두 손이, 종이가 찢어지기 직전에야 간신히 대립과 갈등을 멈췄다.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의원 3인과 친박계 중진의원 3인으로 구성된 6인중진협의체가 분당(分黨) 직전, 극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새누리당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이상 비박계)과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이상 친박계)은 28일 국회본청 귀빈식당에서 6인협의체 3차 회동을 갖고, '이정현 지도부'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으로 향하는 로드맵에 전격 합의했다.

    원유철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1시간여에 걸친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는 비박계에서 3인을 추천한다 △3인의 후보군 중 6인협의체에서 1인으로 압축한다 △압축된 비대위원장 후보를 의원총회에서 추인받는다는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주호영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구성에 관한 전권을 갖기로 했다"며 "골고루 의견을 수렴해서 (3인의 비대위원장 후보 명단을 갖고) 30일 16시에 다시 만나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전환으로 향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된 것이다. 그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당의 쇄신과 수습·개혁·재창당에 가까운 변화를 위한 의견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내용이 합당하다면 최고위원들에게 논의해보자고 제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같은 '로드맵'이 제시된 이상 현 지도부의 퇴진과 비대위 전환은 '초읽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견된다.

    이날 6인협의체 회동에서 친박계 중진의원들은 '로드맵'에 따른 절차를 밟을 경우, 이정현 대표도 비대위 전환을 수용하고 사퇴할 것이라는 점을 정치적으로 보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철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가져오면 최고위에서 진지하게 의제로 삼을 용의가 있다고 했으니, 우리의 구당(求黨) 노력에 대해서는 큰 이견을 갖지 않고 충정을 받아줄 것"이라며 "6인협의체에서 합의되고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서는 이정현 대표가 수용해서 당헌·당규에 따라 (사퇴)해주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진지한 논의 끝에 결론이 나온 것을 최고위원회의에서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논의가 있었다"며 "주류(친박계)를 대표해서 나온 분들이 당헌·당규에 따라 진행될 것을 보증했다"고 전했다.

  • ▲ 새누리당 주호영·정우택·원유철·김재경·나경원 의원(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등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모여 비대위 전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주호영·정우택·원유철·김재경·나경원 의원(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등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모여 비대위 전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처럼 △비대위원장을 비박계에서 추천 △비대위원장에게 비대위 구성 전권 부여 △이정현 대표는 비대위 전환을 수용해 사퇴한다는 이날 6인협의체의 합의사항은 친박계가 대폭 물러난 결과라는 평이다.

    친박계가 이처럼 정치적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이날 6인협의체가 결렬되면 비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탄핵소추안 의결에 대거 동참하면서 새누리당의 분당이 현실화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유철 의원은 "새누리당이 분열되고 쪼개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6인협의체는 범(汎)보수가 흩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민심을 수용해 새누리당의 위기가 국가적 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데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6인협의체의 합의사항에 따라, 비박계로 구성된 비상시국회의는 4차 회동이 예정된 30일 오후 4시까지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3인으로 압축해 명단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회동에서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형오 전 국회의장,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호영 의원은 "어떤 분이 후보군에 포함될지는 (비상시국회의에서) 논의를 거쳐야 한다"면서도 "적임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기존 거론된 인사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오후 4시에 비박계에서 3인의 후보 명단을 가지고 오면, 6인협의회에서는 이 중 1인으로 비대위원장 후보를 다시 압축한다. 이후 늦어도 내달 4일까지 의원총회가 소집돼 6인협의체에서 압축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추인이 이뤄지면, 5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정현 대표가 이를 수용하고 지도부 총사퇴를 하면서 새누리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정현 체제의 조기 퇴진을 이끌어내고 비박계에서 추천한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구성의 전권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비박계의 정치적 압박이 관철된 결과"라면서도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대위가 쇄신을 명분삼아 '친박 핵심'에게 칼날을 들이댈 것이라는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분당 위기가 끝났다고 단정짓는 것은 섣부르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