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혁 불가능해지고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비효율 심화될 것"
  • ▲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근 서울시가 '공공기관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제'가 시행될 경우 '노사간 타협'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효율성 저하'와 '경영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해 경기침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실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공공기관 근로자이사제 도입,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제하의 세미나를 개최해 "근로자이사제가 시작되면 향후 공공개혁이 불가능해지고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비효율이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성일종 의원, 이철우 의원 등도 참석해 이 같은 우려에 공감했다. 이날 세미나는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부 교수,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박진영 서울시 공기업 담당 과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강석호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현재 지방공기업에서 막대한 부채와 영업손실, 방만 경영문제가 논란이었고, 이 때문에 정부가 제재하려는 수단으로 관련법을 통과시키고 있다"며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재철 의원은 "근로자이사제를 적용할 경우, 노사관계가 불안정하고 고용의 유연성이 없는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의원도 "이사는 경영 경험과 미래를 바라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며 "이 속에서 색다른 목적의 정치성이 가미되면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4일 진행한 '공공기관 근로자이사제 도입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4일 진행한 '공공기관 근로자이사제 도입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럽은 제도 폐지하는데… 역행하는 한국
    법학계와 경제학계, 시민단체들은 '근로자이사제'가 한국 사회와 경제구조에 맞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최준선 교수는 "유럽에서는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어느 정도 보편화됐지만 최근 경제위기에 빠진 EU 국가들은 근로자의 경영참가제도를 자진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몰타 △폴란드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의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빠졌던 상황을 설명했다.
    최 교수는 "노동이사제도는 주주가치의 제고와 극심한 국제경쟁력이 요구되는 현대기업활동의 비효율성 때문에 채택하기 어려운 제도"라며 "전통제조업이 강하며 사회적 시장경제체제하에 은행자본주의인 유럽의 경우에는 맞을 수 있지만 자유시장경제체제하의 주식시장 자본주의인 영국,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는 맞지 않다"고 단언했다. 
    권재열 교수는 "이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집단의 대변자가 모여 각 집단의 이익을 조정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근로자 이사는 자신의 연임을 고려해 공사 등의 전체 이익 보다는 노동조합의 대표로서 행동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영에 관한 중요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이사의 지위를 이용해 노조에 정보를 유출할 경우 사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사업자체의 성사까지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욱 교수 역시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과 같다"면서 "경영권이 공유되면 기업의 의사결정이 이윤극대화보다는 경영권을 공유한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박주희 실장은 "우리사회 공공기관의 해묵은 과제는 방만경영과 비효율"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리더가 노조의 파업에 굴하지 않고 개혁할 수 있어야 하지만, 노조와 의견수렴을 거치는 등의 과정으로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박원순 "근로자이사제가 노사간 평화 이룬다"

    반면 여러 단체들의 우려에도 불구, 서울시는 '공공기관 근로자이사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박진영 과장은 근로제이사제가 안정적인 노사관계에 도움이 된다며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박 과장은 "독일과 스웨덴 등 선진국일수록 근로자이사제와 같은 노사공동결정제도의 근간은 유지되고 있다"며 "영국의 테레사메이 총리도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강성노조에 의해 경영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서울시는 대립적 노사관계를 상생과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바꾸기 위해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라며 "근로자이사 정수를 일정수준(1/3미만) 이하로 제한해 이사회의결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뒀다"고 해명했다.

    "근로자이사제가 노사간 관계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서울시의 분석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한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시청에서 진행된 '근로자이사제 조례 제정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근로자이사제가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도입된다"며 "앞으로 산업계에서 노사간 평화를 이루고 새로운 경제 번영을 이룩하는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박 시장은 "우리 사회의 갈등 지수가 OECD 27개국 중 2번째로 높고,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손실은 서울시의 10년치 예산과 맞먹는 246조 원인데,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이면 국공립 어린이집 10만 개와 임대주택 90만호를 지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러한 갈등을 치유하는 데 있어 근로자이사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가 근로자이사제를 제대로 정착시킨다면 전국적으로, 또한 공공을 넘어 민간으로 확산되리라고 믿습니다. 서울시는 연구를 통해 노동이사제 뿐만 아니라 노조가 참여하는 '경영협의회' 도입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한편 근로자이사제는 197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도입된 제도로 현재 유럽 14개국이 시행 중이다. 그러나 ▲특정 이해집단의 정치적 활동 ▲기업가의 사유재산권 침해 ▲고통분담 비효율성 ▲공기업 방만 경영 심화 ▲경영 중요정보의 사전 유출 가능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제도를 폐지하는 논의가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