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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일 현 정권에 대한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행보를 강행하는 의도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린다.일각에선 박원순 시장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차기 대통령 선호도(지지율)에, 서울시장 3선 가능성도 낮은 만큼, 무리수를 던지면서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자신의 정치적 무대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데 따른 조급증 때문이란 지적이다.박원순 시장은 22일에도, '대통령 및 국무위원 전원 사퇴'를 주장하면서, 언론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위원들에게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의 책임을 물으면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박 시장은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무위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고 태도가 매우 실망스러워서 계속 앉아있기 어려울 정도로 분노감을 느꼈다. 지금이라도 촛불민심을 대통령에게 바르게 전달해 퇴진하길 바란다. 국민에 대한 책무감이나 대통령을 위한 용기도 없느냐고 따져물었다"며, 자신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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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안철수 견제하던 박원순 시장
박원순 시장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 초기만 해도,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잠재적 대권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두 사람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박 시장은 비교적 최근까지 "노무현 정부를 넘어서야 한다", "패권적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 "구태세력, 패권정치(친노를 암시하면서)" 등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는 내용의 발언을 자주 해왔다.박 시장은, '안철수 전 대표에게 (대권 후보를) 양보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며 대권도전 의사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이 소식을 전한 언론들은 "박 시장이 사실상 대권출마를 선언했다"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 최순실의 등장, 이재명의 상승박원순 시장의 견제 대상이 바뀐 결정적 계기는 비선실세 파문으로 촉발된 광화문 촛불집회였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기초단체장에 불과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오른 것.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이재명 시장은, 마이크를 잡고 현 정권을 향해 막말 수준의 비난을 퍼부었다. 그의 발언은 지극히 선동적이고 자극적이었다.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합리적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오히려 광장에 모인 군중을 흥분시키는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 참가자들은 박수를 쳤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에 분노한 시민들은 그의 ‘막말’에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의 막말은 시민들의 맺힌 분노를 풀어주는 일종의 배설구와 같은 역할을 했다.
언론들이 그의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이재명 시장의 인지도와 호감도는 수직 상승했다. 그에 대한 광장의 환호는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1월 2주차 '차기 대통령 지지도'에서 이재명 시장은 9.0%를 얻었다. 직전 주에는 9.1%였다. 반면 같은 기간 박원순 시장은 6%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2,531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률은 12.3%,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 ±1.9%p다.
지난 한달 이재명 시장의 평균 지지율은 5.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은 5.8%였다. 리얼미터 조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불과 한 달 사이에, 두 사람의 지지율은 역전됐다. 더 인상적인 것은, 한 달 사이 박 시장의 지지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은 두 배 가까운 급증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리얼미터는 이재명 시장이 9%대로 진입한 11월 1주차 조사와 관련해 "이재명 시장이 박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주장한 뒤, 거의 모든 지역·계층에서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자신의 최고치를 경신하며 박원순 시장을 밀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기간 동안 이재명 시장은 각종 집회에 참석해 "나라 팔아먹은 박근혜", "청와대에 앉아있을 자격조차 없는 피의자" 등 독설을 내뱉었다.
불과 한 달 사이, 후순위 경쟁자의 질주를 바라만 봐야 했던 박원순 시장은, 이때부터 ‘경쟁자 따라하기’에 나섰다.
박 시장은 "야당이 왜 이런 절절한 국민의 뜻을 읽지 못하는지 아쉽고 답답하다. 빠른 시일 안에 결단을 내리고 동참하라"며, 야권을 대놓고 비판하는가 하면, 서울시의 행정력을 동원해 촛불집회 편의를 봐주겠다고 선언했다. 직접 집회에 참가해 촛불을 든 것은, 그의 발언에 비하면 지극히 부드러운 행동이었다.
지난 주 토요일 한국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삼성에 노조가 있었으면 이런 일(비선실세 국정농단)이 발생했겠느냐”, “노조가 추천하는 인물을 노동부장관에 임명해야 한다”는 등 상식 이하의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의 지지율은 5%대의 답답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시장은 10%를 돌파했다.
2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조사한 11월 3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1.0%p 오른 10.0%를 기록했다. 반면 박원순 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0.3%p 오른 5.6%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이번 조사는 11월 14∼1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43명을 대상으로, 무선(85%)·유선(15%) 임의걸기(RDD) 전화면접(CATI)·스마트폰앱(SPA)·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였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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