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코노믹스((Weconomics), '특정 계층에 편향'된 경제 비전 제시
  • ▲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국민권력시대, 어떻게 열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국민권력시대, 어떻게 열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제시한 방안이 반(反)시장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박 시장은 21일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경제적 약자를 불평등 타파의 주체이자 동력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권력시대, 어떻게 열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불평등의 주요 원인은 1%의 기득권 집단에 집중된 경제력과 하청 업체와의 불공정거래, 노동시장 내 비정규직 차별, 복지 재분배 취약 등으로 진단된다"며 "이 같은 구조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경제성장 전략"이라며 "재분배와 내수기반을 강화하는 맥락에서 위코노믹스는 '소득주도성장론'이나 '포용적 성장론'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이 제안한 분야별 10대 과제는 ▲재벌 계열분리명령제 실질화와 기업분할명령제 도입 ▲재벌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증여세 과세기준 엄격 적용으로 재벌일감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 중소상인의 집단교섭권 인정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 적합업종제도 강화 ▲비정규직 채용 시 정규직보다 고임금 지급 ▲노동조합 강화로 노동조합 조직률 30% 도달 ▲노동이사제 도입과 산별교섭 보장 ▲공공부문 100만 일자리 창출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등이다.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경제 비전을 "우리 모두의 경제"라며 '위코노믹스(Weconomics)'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위코노믹스는 그 내용에서 시장경쟁 원칙을 외면한 채 사유재산 정도나 사회적 지위로 경제활동 구성원을 이분(二分)하는 만큼, 향후 각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 존중을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이 내세운 10대 과제 중 일부 항목에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0대 과제에서 '계열분리명령제'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재벌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은 〈반시장적〉 성향이 강하다. '집단교섭권 인정' '노동이사제 도입' '노조 조직률 30% 도달' 등은 〈친노동자적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 '공공부문 100만 일자리 창출'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 고임금 지급' 등 또한 〈청년 및 저소득층〉에 대한 편향적 정책이다.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시장원리 이해 못한 朴, '일단 갈아 엎자'
    대표적인 반시장적 항목은 '계열분리명령제'다. 계열분리명령제는 기업이 계열사를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정부가 재벌집단을 임의로 분리시키는 만큼 사유재산권 침해 행위인 셈이다. 제도에 찬성하는 집단에서는 특정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고 독점체제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계열분리명령제가 논의된 시점은 2,000년대 초다. 도입 논란은 학계에서 시작돼 정치권으로 빠르게 번졌다. 2003년 참여정부에서 첫 시행을 준비했지만 실패했으며 2011년에는 민주통합당에서 재차 거론된 바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대선후보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계열분리명령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건 선거공약 중 일부와 판박이다. 기업 계열사를 주주가 아닌 정부가 해체한다는 건 경제적이기 보다는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주장이다. 기업이 불공정한 범법행위를 했다면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위법 여부와 상관없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손 보겠다는 말이다. '기업성형미인'을 만들겠다는 것.  -조동근 명지대 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초과이익공유제'도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 배분을 조절해 동반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반시장적 제도다. 대기업의 이익이 당초 설정한 실적 목표치를 넘어설 경우 협력사의 기여도에 따라 배당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이익창출 과정에서 감당하는 위험부담을 무시한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은 자사만의 경영철학과 생산방법, 홍보, 서비스 등 이윤을 위해 수 많은 시도와 고민을 하지만 협력업체는 사실상 이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 
    협력업체는 대기업으로부터 즉시 대금을 지불받는 반면 대기업은 완성된 제품을 소비자로부터 평가 받고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부담도 있다. 이 같은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은 시장원리를 역행하는 것이다.
    초과이익공유제가 현실화되면 대기업들은 협력업체 수를 줄여 부품 등을 자체조달하거나 해외 업체와 거래할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기업의 이윤은 한국에 있는 협력업체들 때문에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중국이나 베트남에도 납품업체들이 있지 않나,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좋아서 제품을 살 수도 있고 AS를 믿고 선택할 수도 있다. 이윤을 주주가 아닌 협력업체와 나눌 이유가 없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초과이익은 목표치가 기준이기 때문에 계산할 수가 없다. 기존에 100을 목표했을 때 120을 달성하면 20이 초과인데, 그럴 경우 다시 목표를 높일 거 아닌가. 협력업체들에 대한 기여도도 측정하기 어렵다. 업종현황이 좋을 경우 기업이 협력업체에게 납품단가를 더 얹어주는 일은 지금도 현장에서 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 조동근 명지대 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뉴데일리 DB
    ▲ 조동근 명지대 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뉴데일리 DB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역시 시장규제로 인한 역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적합업종제도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에서 대기업의 사업진출을 막아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과의 경쟁을 차단하는 제도다. 적합업종제도와 같이 특정 업종에 대한 진입규제는 사유재산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적합업종제도와 성질이 같은 '고유업종제도'도 시장규제개혁과 대척점에 선 정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폐기된 바 있다.  
    기업의 적합업종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다. 따라서 중소기업에게 적합한 직종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경쟁이 유일하다. 시장에서 공급자들간 평등한 규칙으로 경쟁할 때 소비자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적합업종제도로 국내 대기업의 사업확장을 방해할 때 외국기업들의 경쟁력이 커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중소기업이 외국기업에게 밀려 시장에서 도태된다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제도의 기존 방침도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를 적용하면 해당 업종 자체가 망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실패하고 있는 정책이잖나, '제품의 질'과 '일자리의 질'이 동시에 떨어지게 된다. 앞서 '중소기업고유업종'을 해본 결과 중소기업들이 편안해진 만큼 기술 개발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폐지한 이유도 그 것이다. 

    대기업이 두부사업을 시작해 포장두부나 야채두부들이 개발되고 수출도 했다. 이에 영세두부업자들이 아우성을 치니까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말이 다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사업이 조금만 잘되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시비에 상당수 걸려들 수밖에 없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 ▲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뉴데일리 DB
    ▲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뉴데일리 DB
    '근로자이사제'는 노조 대표를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제도로 상황에 따라 사업계획과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리 등에 개입할 수 있다. 근로자의 권리 주장과 현장 경험을 회사 운영에 반영한다는 것이 제도의 기조다. 197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도입된 제도로 현재 유럽 14개국이 시행 중이지만 최근엔 기업경영 부작용으로 자진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는 지난 9월 근로자이사제와 관련해 조례를 제정했으며 현재 공기업들의 정관 및 내부규정 개정 작업을 마친 상태다. 박원순 시장은 근로자이사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이사제에는 지방공기업에서 발생한 막대한 부채와 영업손실, 방만 경영문제 등의 우려가 따라붙고 있다. 이사진과 노조가 기업 경영을 함께하는 만큼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수도 있다. 경영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이 집단이기주의적인 의견을 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과 직결되는 중요정보를 노조가 공유할 경우 사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사업 성사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일부 노조의 경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경영 철학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산별교섭'은 각 산업별 노조가 연합해 동일한 근로조건을 주장하는 교섭방식이다. 금속·보건·공무원노조 등이 대표적이다. 회사마다 차별된 처우의 간격을 좁히고 노동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산별교섭 보장은 귀족노조에 대한 지원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노사간 협상을 넘어 정치적 영향력까지 키우고 있는 귀족노조로 인해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별교섭은 업종간에 담합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제품의 담합이 아니라 노동자들끼리의 임금 담합이다. 결국 제품가격이 높아지고 그 몫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우리나라 임금총액의 상당수는 정규직이 가져가고 있다. 노동과 자본의 양극화가 아니라 노노간 양극화가 진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별교섭 강화는 노조가 연대해서 사측에 대항하는 힘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많은 사회문제의 뿌리 중 하나가 귀족노조의 과잉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