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동관에도 똑같이… 朴의 포석, 안철수·문재인에게도 뻗쳐있어
  •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12일 SNS를 통해 이정현 대표를 둘러싼 문자 사건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한 고도로 기획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12일 SNS를 통해 이정현 대표를 둘러싼 문자 사건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한 고도로 기획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12일 "이정현 대표 문자 소동은 고도로 기획된 박지원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사진 2장을 올리면서 "(이정현 대표에) 망신을 줘서 대표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술수"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본회의장에서 저런 각도로 휴대폰을 들고 있는 의원은 없다"면서 "게다가 글자 크기가 '가장 작은 글씨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50대 초반인 나도 '중간' 크기 글씨체를 쓰는데, 70대인 박지원 위원장이 저 글씨를 본다는 것은 무리"라면서 "남이 잘 보도록 한 화면에 담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고 추론했다.

    아울러 "이런 약은 수를 쓰는 사람이 공당의 대표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제 꾀에 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1일, 최순실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박지원 위원장의 핸드폰 화면이 다수의 사진기자에 의해 포착됐다. 화면에는 박지원 위원장과 이정현 대표가 나눈 문자메시지가 들어있는데, 여기에서 이정현 대표가 "충성충성충성 장관님, 사랑합니다 충성"이라고 쓴 부분이 논란이 됐다.

    이후 박지원 위원장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저와의 사이에 오간 문자를 오늘 본회의장에서 다른 문자를 확인하다 사진이 찍혔다"면서 "제 불찰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찍힌 문자는 제가 지난 9월 이 대표를 비난하자 이 대표께서 저에게 보내왔고 제가 답신한 내용으로 2016년 9월 23일 정오 12시 14분에 발신한 내용"이라고 털어놨다.

  • ▲ 김진태 의원이 12일 올린 포스팅. 여기에는 박지원 위원장에서 시작된 '문자 사건'이 왜 단순히 실수가 아닌지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 김진태 의원이 12일 올린 포스팅. 여기에는 박지원 위원장에서 시작된 '문자 사건'이 왜 단순히 실수가 아닌지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다른 문자를 확인하다 사진이 찍혔다. 제 불찰로 송구하다"며 이정현 대표에 사과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다른 문자를 확인하다 사진이 찍혔다. 제 불찰로 송구하다"며 이정현 대표에 사과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 박지원, 비록 사과했지만 문자 사건 '상습범'… 김진태 "사과까지 전부 쇼일 것" 

    김진태 의원은 SNS에 올린 포스팅에 대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건 사과까지 모두 연출된 계획이라 봐야 한다.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것 자체가 전부 쇼"라면서 "보수세력이 이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단합하려고 하니 이 대표를 몰아내려는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 대표가) 야당 대표에 저자세를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당내에서 시빗거리를 만들고 이정현 대표에 대한 신뢰를 흔들리도록 내분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나는 몹시 나쁘게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박지원 위원장의 '문자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0월 4일과 5일에는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두 번이나 공개돼 논란을 낳았다.

    당시 박지원 위원장은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신상 발언을 통해 "오전에 본인이 국감을 통해 한 발언에 관해 오후 1시 18분경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가 '인간적으로 섭섭하다. 그 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인 줄 몰랐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에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가 "전화 안 받으셔서 문자를 올린다. 저도 섭섭한 감정에 격해 무례하게 비칠 수 있는 글 보낸 점 사과드린다. 이건 공개 안 하실 거죠?"라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이 부분이 마침 한 언론사의 카메라에 잡히며 다시 공개된 것이다.

    당시 박지원 위원장은 "대통령 언론특보가 국회의원의 정당한 국정 감사를 무시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특히 새누리당은 '최순실 사태' 이후 당내 분위기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급기야 분당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위기에 처해있는 이정현 대표가 타 당의 대표에 '충성'이라 언급한 메시지를 공개함으로서 '새누리당 흔들기' 나섰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SNS에서 "저 문자가 9월에 보낸 것이라고 박지원 위원장 스스로 밝혔는데, 두 달 지난 문자를 지금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 그동안 수백, 수천 개의 문자가 쌓여있을 텐데 일부러 찾으려 해도 쉽지 않다"면서 "문자의 내용은 이정현 대표로선 곤혹스럽고 박지원으로선 우선 멋있어 보인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의 주장은 이처럼 여러 차례 사진기자를 통해 문자를 공개한 전력이 있는 박지원 위원장의 성향을 고려할 때, 박 위원장이 '약은 수'를 써 이정현 대표가 곤혹스러워지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 ▲ 이동관 언론특보가 박지원 위원장에 보낸 문자. 연합뉴스 카메라에 잡혔다. 박지원 위원장은 전날 이동관 언론특보로부터 받은 문자 역시 공개한 바 있다. ⓒ연합뉴스
    ▲ 이동관 언론특보가 박지원 위원장에 보낸 문자. 연합뉴스 카메라에 잡혔다. 박지원 위원장은 전날 이동관 언론특보로부터 받은 문자 역시 공개한 바 있다. ⓒ연합뉴스

    ◆ 박지원의 노림수, 단지 이정현 하나 였을까 …안철수·문재인에 던져진 메시지는 

    한편, 박지원 의원이 문자를 공개한 배경이 단순히 이정현 대표와 새누리당 흔들기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박지원 의원이 국민의당 상황을 타개하면서 문재인·안철수 등 대선주자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함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5일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맡은 이후 벌써 6개월째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수행 중이다. 이 때문에 당 내부로부터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국민의당 김영환 전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박지원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든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새누리당과 싸우다 보니 불통과 독선의 대통령을 지적했는데 우리 당이 그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1인 지배 정당이 되고 독선과 독주가 만연하다"고 직격탄을 쏘면서 점점 이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오는 분위기다.

    김 전 사무총장은 '국민의당이 호남당이라는 말을 의원총회에서 수없이 들었다', '우리 당이 장외투쟁에 당원을 동원하고 전세 버스를 동원하는 데 국고를 써서는 안 된다'는 등 거침없는 언사로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이정현 대표와 문자를 공개함으로써 새누리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의당 인사로 자신이 적격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어필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정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메시지라는 추론도 뒤따른다.

    최근까지 대선의 구도는 반기문-문재인-안철수 세 사람이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역대 대선을 보면 3파전 양상에서는 항상 야권이 앞서는 결과를 가져왔다.

    3자구도 대선은 1992년 1997년 2007년 세 차례 있었는데, 1997년 대선과 200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대선 역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중도보수의 표를 가져가면 문재인 전 대표에 더욱 유리하나 구도가 된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4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지지율이 빠지고 비박계가 분당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제3지대론도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 1987년 대선을 돌이켜보면 민정당 노태우 후보와 통일민주당 김영삼·평화민주당 김대중·신민주공화당 김종필 후보가 출마해 '권력을 승계'받은 사례였던 노태우 후보가 승리한 전례가 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불리한 구도로 치러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안철수 전 대표는 대통령에 하야를 주장하는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계엄권, 군 통수권 등을 내려놓으라"면서도 하야 주장만큼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 상황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때문에 박지원 위원장의 문자 공개는 새누리당 및 청와대와 연결고리를 내비침으로써 본인의 입지향상, 언뜻 멀어지려는 안철수에 대한 메시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견제 등의 여러 의미가 함축적으로 녹아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 9단으로 여러 역학관계를 고려한 박지원 위원장의 문자는 여러 갈래로 해석해도 들어맞는 오묘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문자에 담긴 여러 속내 중 국정 중단 사태를 맞이한 국가나 국민을 위한 마음이 담겨 있다 풀이할만한 내용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