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비대위원장 계속하든가 당대표 경선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 결정해야"
  •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체제'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국민의당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라는 시급한 정국에 지도부 교체를 미뤘지만, 또다시 연장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비대위원장-원내대표 겸직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다.

    김영환 전 사무총장은 11일 "우리 당이 일인 지배의 정당이 되고 독선과 독주가 만연하다"며 "한 사람이 독점하고 지배하고 발언하고, 당을 대표하는 정당에 어떻게 국민들이 지지를 줄 수 있겠나"라고 박지원 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김영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사무총장 사퇴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원장 이임을 이렇게 여러 번이나 번복하고, 연장하는만큼 당에 지도력 있는 인물이 없나, 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병행할 만큼 당에 인물이 없나"라고 토로했다. 

    국민의당은 당초 지난달 초에 신임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국정감사 기간과 겹치면서 지난달 28일로 한 차례 미뤘다. 김동철 의원으로 비대위원장을 결정하려던 지난 28일에는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전격 추천하면서 또다시 연기됐다. 

    그러다 지난 7일에는 '최순실 게이트' 사태의 엄중함을 고려해 박지원 위원장의 임기를 오는 12월 2일까지로 재차 연장한 상황이다. 

    당시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김동철 의원은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며 "예산안 심사의 연속성 문제와 당 차원에서 비대위원장과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의 유기적인 협조, 최근 정국을 해결함에 있어서 박지원 위원장 유임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고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환 전 총장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이 당은 박지원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어떤 사람도 시국을 수습하거나 당을 이끌만한 지도력이 없다고 나날이 선포한다"며 "한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내년 1월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내달 3일에 '김동철 체제'로 이양한다고 해도 임기는 1달 반 정도다. 현 지도부를 이어갈 수 있음에도 굳이 중간에 김동철 비대위로 전환하는 것은 박지원 위원장이 전대에서 당 대표로 출마하기 위한 포석이란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김영환 전 총장은 "호남 의원 일부에서 추대하자고, 빨리 중앙위원회를 열어서 추대하자는 것이 맞는 정당인가"라고 반문하고는 "당원들의 올바른 의사가 반영되는 전당대회를 수호해야 한다. 어떻게 적당히 추대하자는 그런 얘기가 공식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나오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박지원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역할을 계속하든가 당 대표 경선에 나오는 것을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뉴데일리 DB

    그간 박지원 위원장의 독주 체제를 지적해온 황주홍 의원도 김영환 전 총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나도 100 퍼센트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주홍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많은 의원과 지역위원장들도 공감하는 거로 알고 있다"면서 "당이 특별한 개인의 어떤 정치적인 욕심 때문에 지난 6월 이래 지금까지 심지어는 12월까지 비상체제를 가져가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황주홍 의원은 "차기 비대위원장 얘기를 꺼내면 불경죄인 것처럼 느껴진다"며 "제가 의원의 의중을 확인한 결과 박지원이 아닌 김동철로 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의원들이 20명이 넘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황주홍 의원은 지난 10월에도 지도부 선출과 관련 "공식 논의 한 번 해본 적 없고, 그런 문제가 제기될 것 같으면 박지원 대표는 '나한테 맡겨 달라, 나에게도 생각이 있다, 이해해 달라,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얘기해오길 지난 6월에 시작해서 벌써 10월"이라고 한탄한 바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이번에 지도부 교체가 미뤄진 것이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김동철 의원이 예결위 간사인데 같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도 새벽 3시에나 퇴근하는데…"라며 현재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기 지도부를 놓고 당내 갈등이 커지는 것에 대해서는 "이러다 내년 1월에 전대가 열릴 수나 있을지가 걱정이다"고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