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지도부 퇴진론 때문에 빼버렸다면 유치"… 김도읍 "말도 안 돼"
  • ▲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이 8일 국회본청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 앞에서 예산안조정소위에서 갑자기 배제된 것을 항의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이 8일 국회본청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 앞에서 예산안조정소위에서 갑자기 배제된 것을 항의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현 여권 소속으로는 20년 만에 전라북도 지역구에서 선출된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이 영문도 모른 채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에서 갑자기 배제돼 설왕설래를 낳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운천 의원이 '이정현 지도부 퇴진론'에 동조한 까닭에 '보복 인사'를 당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당 내홍 와중에 전북 민심까지 차버리는 한심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운천 의원(전 농식품부장관·전북 전주을)은 지난 4·13 총선을 통해 전북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집권여당 소속 지역구 의원이다. 권역별로 의원을 배려하는 관례상 지난 추경예산소위에서도 3명의 여당 몫 의원 중 한 명으로 활동한데 이어, 본예산을 심사할 예산안조정소위에도 입성이 유력시됐다.

    정치권에서도 정운천 의원의 예산안조정소위 입성을 기정사실로 여겼으며 내부적으로 작성됐던 여러 안에도 빠짐없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다른 의원과 교체되면서 배제된 것이다.

    이와 관련, 여권에서는 정운천 의원이 '이정현 지도부 퇴진론'에 동조하는 행보를 보인 관계로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에서 제외되는 '보복 인사'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정운천 의원은 '지도부 퇴진론'을 의제로 다뤘던 지난 4일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던 의원들 중에 한 명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옛날에는 선거가 조금만 잘못돼도 당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이것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사건이니 어떻게 그냥 앉아서 할 수 있겠느냐"며 "비대위로 가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도부 퇴진론'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운천 의원 대신 막판에 예산안조정소위에 포함된 모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지도부 사퇴 서명에 참여한 초·재선 의원들에게 불이익이 가고 있다"며 "정운천 의원이 예결위 소위에서 배제된 것을 두고, 몇몇 의원들이 서명 참여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원내지도부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의 예산안조정소위 위원 인선안은 권역별 안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절름발이 인선'이 되고 말았다. 권역별로 보면 서울·수도권, 대구·경북, 부산·경남은 각 2명씩의 의원이 들어갔는데, 호남은 1명도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또, 계파별로 보면 공교롭게도 예산안조정소위 위원 7인 전부가 친박계로 분류되는 기이한 상황이다.

    이에 정운천 의원은 8일부터 국회본청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지역구인 전북 전주에서도 항의 방문단이 상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천 의원은 이날 농성 현장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나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는데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빠져버리니까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지 않느냐"면서도 "정치적인 그러한 것에서 나왔는지, 구체적인 물증이 없으니 이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려 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진이 여권에 만연한 '보복 인사설'에 대해 묻자 "만약 그런 걸 가지고 빼버렸다고 하면 참 유치하지 않은가"라며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 ▲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이 8일 국회본청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 앞에서 예산안조정소위에서 갑자기 배제된 것을 항의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이 8일 국회본청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 앞에서 예산안조정소위에서 갑자기 배제된 것을 항의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4·13 총선에서 '야당 의원 열 명 몫을 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당선된 바 있는 정운천 의원은 약 반 년 간의 의정 활동을 통해 전북을 위한 많은 일들을 해냈다.

    전북의 3대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히던 '탄소소재 융복합 기술개발·기반조성 지원법'(탄소법) 통과에 혁혁히 기여했으며, 새만금 관련 등으로 전북 권역 예산을 2800억 원이나 순증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도 본예산 심사에서 전북 권역 예산을 차질없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산안조정소위에 입성하는 것이 절실한 형편이다.

    관련 자료를 보면, 2014년도 335조 원 규모였던 정부 예산이 2017년도 예산안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에 이르러 19.3% 증가한 반면, 전북도 예산은 같은 기간 6조1131억 원에서 5조8577억 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

    이와 관련해 정운천 의원은 "전주에서 32년, 전북에서 20년 만에 당선된 의미는 홀대받은 전북도민들이 제대로 예산을 받아서 우리도 좀 잘살게 해달라는 간절한 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약속을 지키는 게 첫 번째로 해야 할 롤이라 충실히 진행하다가 딱 걸림돌을 만났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걸림돌을 풀기 위해 농성 과정에서 전북 예산을 이번에는 절대 홀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야당 의원 열 명 몫을 하겠다'고 했지만, 나 스스로 백 명 몫, 천 명 몫 했다 해도 지역구민이 '아니다' 하면 안 되는 것이니,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정운천 의원의 농성을 접하는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표정은 복잡해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정현 지도부 퇴진론'에 공개적으로 가세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안내한 직후 농성 현장을 지나가게 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농성 중인 정운천 의원의 손을 맞잡으며 "내가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운천 의원은 난처한 경우"라며 "김현미 (예결)위원장에게 예결소위 인원을 좀 증원할 수 없는지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관계로 여권 일각에서 예산안조정소위 위원 인선안의 변경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김도읍 원내수석은 "(지도부 퇴진론에) 서명했다고 원내수석이 (예산안조정소위 위원 인선안에서) 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야당하고 싸우기도 힘든데, 여당 내에서까지 명예훼손을 당한다"고 분개했다.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정현 지도부 퇴진론'에 동조한 것을 둘러싸고 한때 원내수석직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던 김도읍 원내수석은, 원내수석실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정운천 의원을 향해 "나는 오늘 (원내수석을) 그만두겠다고 했다"며 "(의원)회관 내 방 앞에 와서 (농성)하라"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