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늘리긴 커녕 유지하기도 어려운 시대인데, 우리나라만 다른 현상"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출입기자단과 귤을 곁들인 간담회를 열어, 전날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 요인과, 이것이 우리나라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출입기자단과 귤을 곁들인 간담회를 열어, 전날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 요인과, 이것이 우리나라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전세계적인 진보 패퇴 현상의 하나로 분석했다.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것을 내년 12월로 예정된 우리나라 대선의 핵심 요소로 지목하기도 했는데, 이는 유력 대권 주자 중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출입기자단과 귤을 곁들인 간담회를 연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발표된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독일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도 진보 진영이 패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세계와 경쟁하는 시대'와 인구절벽이 맞물리면서, 경쟁력이 약한 나라에서는 실직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자식이 부모보다 못 사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미국도 같은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한국을 겨냥하고, (백인의) 일자리 때문에 히스패닉 멕시코를 겨냥한 것은 '러스트벨트'(미국의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쇠락하고 있는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며 "핵심은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기성정치권 밖의 아웃사이더(Outsider)라서 통했다거나 이른바 '막말'이 먹혀들었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민생과 일자리 문제에 분노하는 백인 남성들의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었기에 이를 공략한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미국조차도 실직자가 속출하고 복지 예산 유지가 나날이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진보 진영이 전세계적으로 패퇴하고 있는 추세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흐름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우회적으로 물음표를 달기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른바 '러스트벨트' 백인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한 게 이번 트럼프의 주제가 아니었느냐"며 "민생과 일자리가 미국 민심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던 것이고, 이것을 트럼프가 거친 표현까지 사용해 뇌에 각인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인구절벽 때문에 복지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라며 "진보 진영의 주장은 '복지 확대'인데 늘리기는 커녕 유지하기도 어려운 시대라 전세계적으로 진보 진영이 패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세계적인 진보 진영 패퇴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미국 대선의 결과가 내년 12월로 예정된 우리나라 대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부분은 '외교·안보적 불확실성의 증대'라는 측면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후보가 대선 캠페인 기간 중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을 내세웠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차기 대통령은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이를 잘 다룰 수 있는 후보가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뉘앙스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외교·안보 분야라는 것은 국가의 존망(存亡)이 걸린 문제"라며 "(외교·안보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다는 것이니 내년 대선 감상법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차기 대권 주자 중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언급이기 때문인지, 정진석 원내대표는 더 이상 자세한 말은 삼갔다.

    그 자신이 한국일보 워싱턴특파원 시절 주미공사였던 반기문 총장과 잘 알고 지냈던데다가, 지난 추석 연휴 때는 미국을 방문해 대선 출마를 권유하는 등 반기문 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정치권에 알려져 있는 만큼, 새누리당 내의 다른 대권 주자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불확실성 증대가) 내년 대선 감상법의 핵심 요소"라고 언급하면서도, 정진석 원내대표는 "언론에서 그렇게 지적하고 있더라"며 '간접 화법'으로 조심스레 거론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