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법안 협상할 원내대표-법사위원장 뭉치면 사실상 실권 장악
  • ▲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가 16일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비박계 의원들과 전·현직 지자체장이 참석해 향후 정국 수습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가 16일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비박계 의원들과 전·현직 지자체장이 참석해 향후 정국 수습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비박계가 이끄는 비상시국 위원회의가'법안 협상권'을 무기로 새누리당 친박계와 맞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야당과 각종 법안을 주고받을 권한을 지닌 정진석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이 이날 회의에 참석하면서 당내 주도권을 점유하기 위한 카드로 두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2 세미나실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 지도부-실무단 연석회의에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이후 당내 최고위원회의에 불참 중으로, 친박계 의원들과 초선의원 모임 등에서 지속해서 최고위 복귀를 요구받는 상황이다. 그런 그가 비상시국위원회에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회의장을 빠져나온 직후 취재진과 만나 "특별한 것은 없고, 제가 평소에 생각한 이야기를 말씀드렸다"면서 "국가는 대의에 관해 이야기 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정 원내대표가 평소 가지고 있던 소신을 밝힘으로써 비상시국위원회와 소통을 해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참석한 것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아시다시피 당 지도부가 느닷없이 발표한 1월 21일 전당대회 안(案)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저희 쪽에서 (참석) 요청을 드렸고 내용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아시다시피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거국중립내각서 국정 공백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니냐"면서 "야당과 거국중립 내각 구성에 관해 협상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현재 산적한 정기국회법안, 예산심사와 더불어 거국중립내각을 협상할 권한까지 쥐고 있다. 당내 '투톱'인 그가 합류한다면 비상시국위원회에도 힘이 크게 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6일 비상시국위원회를 찾아 평소 자신의 소신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6일 비상시국위원회를 찾아 평소 자신의 소신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회의에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도 참석했다. 권 의원은 기자들에게 '최순실 사태' 특검에 대한 야당의 주장을 일축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다른 것은 다 받을 수 있지만,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다"는 지적이다.

    권성동 의원은 "광범위한 조사범위, 특검 인력 등 야당이 주장하는 모든 안을 다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야당이 추천하는 검사 역시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시절 당시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특검 요구에 '특검 자체가 위헌'이라 주장한 적도 있었다"면서 "저는 이명박 사저 특검 당시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성동 의원 역시 새누리당에서 법안을 다루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국회 본회의에 올리기 전 마지막으로 법안을 다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순실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지 여부도 그의 역할이 중요한 변수다.

    특히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외하면 사실상 권성동 의원이 법안 통과를 반대할 경우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침묵 속에 이상민 법사위원장의 '몽니'로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진석 원내대표와 권성동 의원이 나란히 회의에 참석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비상시국위원회가 법안 협상의 실질적 권한을 쥐고 있는 두 사람을 끌어안으면서 당내 최고위원회와 맞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두 사람이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가지고 야당과 협상에 임한다면, 야당은 비상시국위원회의 의사결정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정진석 원내대표가 굳이 '따로 행보'를 이어가는 있는 만큼,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 고정 멤버로 참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비박계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표로 당선됐다는 이유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개헌론자인 김무성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간 이해관계가 맞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정진석 원내대표와 권성동 의원. 두 사람은 원내대표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야당과 치열하게 협상하는 법안을 다루는 위치에 있다. ⓒ뉴데일리 DB
    ▲ 정진석 원내대표와 권성동 의원. 두 사람은 원내대표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야당과 치열하게 협상하는 법안을 다루는 위치에 있다. ⓒ뉴데일리 DB

    한편, 이날 비상시국회의에서는 박 대통령의 적극적 수사 협력 촉구 이외에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 해체 방안과 국정 수습 방안 등의 논의를 하기로 했지만,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이다.

    이날 회의 내용 브리핑을 맡은 오신환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첫 번째 회의 결과 일단 대통령 수사는 약속된 대로 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면서 청와대에서 대통령 수사에 관해 미루고자 하는 듯한 모습은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즉각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의견 개진)외에는 저희가 비상시국회의를 통해 발표 드린 기조의 내용이 있었다"면서 "물론 다양한 내용이 논의됐으나 결정해서 공식화하는 부분에서 의견이 달랐기 때문에 단일화된 목소리가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대응책에 대해)탄핵과 하야를 포함한 제3의 방안까지 모두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공식화된 이야기는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