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확장성 필요한 문재인·안철수엔 치명적…鄭에 사전 견제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그는 친박과 비박 사이에 있다는 의미로 '낀박'으로 불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그는 친박과 비박 사이에 있다는 의미로 '낀박'으로 불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향한 야당의 공세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이 자중지란을 겪는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의 구심점이 될 것을 우려한 야당이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대규모 군중 동원의 한 주체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당원들에 대한 모욕이다.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야당이 대통령 하야, 탄핵, 국회추천 총리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상황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두 야당이 나란히 '정진석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현상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더 두드러진다. 민주당은 지난 15·16·18·20일에 잇따라 정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국민의당은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했던 지난달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새롭게 공격을 시작한 셈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두 야당이 정진석 원내대표를 정조준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적 입지가 커지기 전에 미리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낀박'(친박과 비박 사이에 끼어있다는 뜻)으로 처음에 원내대표가 됐을 때는 친박·비박 양쪽에서 불만이 나왔다"면서 "그러나 당이 갈등상황으로 치닫자 정 원내대표의 독특한 포지션이 중재자 역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그간 '계파색이 짙지 않고 인지도가 적은 범친박계 인사'로 분류됐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계로 분류되는 나경원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친박계의 표를 받아 당선된 정진석 원내대표에 대해 비박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었고, 친박계 역시 지난 5월,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지목하는 그의 행보를 못마땅해했다.

    양 계파로부터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 원내대표는 계속해서 제 갈 길을 갔다. 그는 지난 7일,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친박계 일색이 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대신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인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단을 이끌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함께 초선의원과 재선의원들을 한곳에 모은 정진석 원내대표는 여러 차례의 초·재선 간담회를 통해 최고위원회의 주장인 1·21 조기전당대회 대신 비대위 구성을 당내 중론으로 모았다.

    이는 비대위 구성을 주장해온 비박계의 주장을 수용하는 동시에 당내 과반 의원들의 결정을 명시함으로써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에 퇴로를 열어준 결정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이 대표는 "파벌이나 계파에 덜 오염돼 있는 초재선 의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비대위가 구성된다고 한다면 저는 (최고위에) 의안으로 올려서 적극적으로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 ▲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박계 대선주자들과 함께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는 최순실 사태로 인한 새누리당 내홍사태가 벌어지자 중재 역할을 자임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박계 대선주자들과 함께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는 최순실 사태로 인한 새누리당 내홍사태가 벌어지자 중재 역할을 자임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현재 새누리당의 친박계는 지난 4·13 공천 파동으로 인해 최경환·서청원 의원이 친박 핵심으로 지목돼 2선으로 후퇴했고, 오는 12월 20일에 이정현 대표도 물러나게 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중진이 차기 지도부 구성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됐다.

    비박계는 김무성 전 대표가 비록 좌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선주자가 즐비한 탓에 서로 이해관계가 계속 엇갈렸다. 비박계 주도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는 여러 번의 회의에도 이정현 대표 사퇴 이후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가운데 정 원내대표가 중재재로 나서면서 당 내홍 사태가 수습국면에 들어간 것이다. 취임 전까지만 해도 국민적 인지도가 제로에 가깝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위기상황에서 탁월한 관리능력을 보이면서 빠르게 몸집을 불리자 야당이 제동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특히 야당으로서는 전투력을 겸비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최근까지 청와대에 확실하게 선을 그으면서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굳혀가는 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은 현재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리얼미터를 기준으로 9월 3주차 여론조사 이후 각각 30% 초반, 10% 중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국민의당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빠진 지지율이 무당층에 머무르는 것이다.

    야당이 정권 재창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간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던 탓에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야당은 이같은 확장성을 인물로 메꿔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당내 부족한 안보관에 대한 비판을 '특전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극복하려 했다. 국민의당 역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확실한 야권성향을 보이는 가운데,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전 대표가 꾸준히 중도를 표방하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는 새누리당의 전략이 '합리적 보수'의 영입하면서 야당의 확장성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한 것이 그 예다.

  • ▲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정국에서 시위하는 모습. 그는 야당과 싸울 수 있는 전투력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정국에서 시위하는 모습. 그는 야당과 싸울 수 있는 전투력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청와대와 확실한 선을 그으면서도 보수의 색깔을 분명하게 하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행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 주자의 확장성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두 야당이 정 원내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해 강경보수의 이미지를 덧씌우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청와대에서 모르는 사람을 비대위원장에 추천했다, 상임위원장·간사 명단까지 주더라"라고 폭로한 바 있다.

    나아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는 "잘못했다고 고개 숙였던 사람이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고개를 드냐"면서 박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야당에 대해서도 그는 지난 22일 "하고자 하는 것이 하야인지, 탄핵인지, 거국내각 총리인지 분명히 해달라"고 연일 공세를 폈다. 촛불집회로 인한 시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들은 정치권이 이제 정치적 해법에 골몰해야 할 때라는 비판이었다.

    아울러 "두 야당이 탄핵을 발의한다면 저는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책임 있게 논의에 임하겠다"면서 당당한 태도를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