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반대파 없는 개헌 통해 야당 압박…동시에 대통령에 퇴로 열겠다는 의도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이정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이정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탄핵 소추안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개헌론을 꺼냈다.

    개헌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는 동시에 마비 상태에 빠진 청와대까지 개헌정국에 동참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개헌도 대통령 탄핵과 병행해 추진하는 게 맞다"면서 "개헌 없이 다음 대선을 치른다면 다음 정부에서도 5년 단임제의 비극이 재현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12월 중에 개헌특위 구성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국회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반면교사를 이뤄야 할 책무가 있다"면서 "조종사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사고를 당한 고장 난 비행기를 수리하지 않은 채 또다시 다른 조종사를 태워서 비행기를 띄운들 그 조종사는 또 사고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개헌론은 새누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를 아우르는 의제다. 친박계에서는 지난 4.13 총선에서 헌법학자 출신이자 개헌론자인 정종섭 의원이 공천됐고, 대통령 탄핵을 공언한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 역시도 개헌은 반드시 이루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당초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막상 탄핵정국이 다가오자 지난 20일에는 "국민이 이 판국에 동의하겠느냐"라고 말하는 등 개헌 논의에 소극적 입장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 ▲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무성 대표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탄핵일정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는 내용을 대화로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무성 대표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탄핵일정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는 내용을 대화로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개헌파를 한 데 묶어 개헌 정국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로 정진석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지난 2012년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을 인용하며 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지난 2012년 7월에 '대통령제는 대통령에 너무 강한 권한이 집중돼 있어 권력형 비리가 끊임없이 생긴다'고 했다"면서 "두 야당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SNS에 해당 기사를 사진으로 담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다른 해석으로는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전제하면서 대통령을 설득해 함께 개헌정국에 동참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이야기도 있다.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질서 있는 퇴진론'을 통해 조기 대선을 준비할 시간을 만드는 한편, 대통령에 대해서는 개헌 헌법에 부칙으로 임기 단축을 명기하는 방법으로 퇴로를 열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청와대가 새누리당 비주류와도 대화를 시작했다고 전해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에게 전권을 넘기면서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헌법재판소가 2~3개월 이내에 탄핵 결정을 내리면 경선 절차도 엉망이고 제대로 된 선거운동도 안 된 상황에서 국민은 허겁지겁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면서 "국민적 검증 과정이 부실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절차적 정당성과 정통성에 심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국가적 대불행이 불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