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붕괴' 불러온 '유승민 모델'이냐, '분당' 가져온 '주승용 모델'이냐
  • ▲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이 7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직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이 7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직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8·9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 중 유일한 비박계로 분류되던 강석호 최고위원의 사퇴로, '이정현 지도부'는 무력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원회의 공개모두발언을 통해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이날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그대로 결행에 나섰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석호 최고위원은 "오늘 부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끝까지 지도부와 함께 하지 못한 점에 대해, 뽑아준 당원 동지 여러분께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사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한 몸'으로 취급받는 '이정현 지도부'로는 국민이 바라보는 쇄신이 불가능하다는 점 △거국중립내각 건의가 불발돼 국정이 마비된 것에 대한 책임론 등을 들어 지도부 총사퇴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그는 "이정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서로 마음이 잘 맞기 때문에 시너지를 갖고 정권재창출의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당선의 원인"이었다며, 지금은 "대통령이 불행하게도 그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들어, 전당대회에서의 당원의 수권(授權) 유효성이 끝났다고 진단했다.

    또, 지난 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 도중에 김병준 총리후보자가 전격 지명되면서, 간담회장에 모여 있던 중진의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점도 재차 상기시켰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에게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했다"며 "(이 역시) 또다시 불발로 끝나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당 지도부는 할 일을 다했고, 소임을 다했다"며 "이제는 당 지도부를 새로운 인물로 구성해서, 당명과 당 로고까지 바꾸는 뼈를 깎는 쇄신이 없다면 내년도 대선에서 돌아선 민심을 다시 되돌리지 못할 것 같다"고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덧붙여 "국민의 소리, 당원의 소리를 현실적으로 들어서, 많은 의원들이 요구하는 '이것만 마무리하고 사퇴하겠다'는 로드맵이라도 내놓으라"며 "사퇴하는 마당에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 ▲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당원과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이른바 진박으로 꼽히는 조원진 수석최고위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당원과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이른바 진박으로 꼽히는 조원진 수석최고위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강석호 최고위원의 사퇴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의 내홍을 어떤 국면으로 이끌지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의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최고위원의 사퇴는 '도미노'처럼 지도부 붕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1년 성립했던 홍준표 대표최고위원 체제는 이 해 12월 7일,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일제히 사퇴하면서 붕괴됐던 적이 있다.

    강석호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사퇴가 이러한 '지도부 붕괴'의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그동안 사퇴서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면서도 "일방적으로 사퇴한다면 지도부의 한 사람 비박(非朴)인 강석호가 당을 흔들어 '이정현 지도부'를 붕괴시키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의총에서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은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8·9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최고위원의 사퇴가 지도부 붕괴로 연결되지 않을 개연성도 높다.

    이 경우에는 비박계가 전원 지도부에서 철수해 있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태가 궁극적으로 분당으로 이어질 원심력만 가중시킬 공산도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2·8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새누리당보다 먼저 단일지도체제로 이행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일한 비노계 지도부인 주승용 수석최고위원의 사퇴가 결국 분당으로 이어졌던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비박계는 분당(分黨)과는 선을 긋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내년 12월 대선 전망이 너무 어렵다보니 따로 살림을 차리는 분당보다는, 진박(眞朴) 일부만 배제한 채 당을 재결속하는 방안을 우선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어차피 이정현 지도부는 오늘내일인데, 굳이 '절'을 먼저 떠나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내다봤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사퇴 선언 직후 당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정현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는 3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앞으로 같이 하겠다"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는 일에 같이 해나갈 예정"이라고, 지도부 퇴진의 압박 수위를 높여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정현 지도부' 이후 수립될 비상대책위원회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며 눈과 귀를 어둡게 한 분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은 제외해야 한다"면서도 "당내의 모든 세력들이 추대하는 그런 분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라고 밝혀, 진박(眞朴) 제외 총단결론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