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국, 연내 러시아 찾아 무기 구매 추진…美남중국해 전략 틀어질 수도
  •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반미 발언과 오바마 대통령 비난 발언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美NYT는 그의 발언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美뉴욕타임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반미 발언과 오바마 대통령 비난 발언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美NYT는 그의 발언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美뉴욕타임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부정부패와 마약범죄 소탕을 앞세워 엄청난 지지를 얻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의 인기에 취해버린 걸까. 이번에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미국과 단교(斷交)할 수도 있다”는 막말을 해버린 것이다.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들은 5일 필리핀 매체들을 인용,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마닐라의 한 유대교 회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약범죄 소탕을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인종청소)’에 비유했던 발언에 사과한 뒤 미국을 향해 막말을 해댔다고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외교정책이 계속 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내 임기 중에 미국과 ‘결별’할 수도 있으며, 그 대신 러시아, 중국과 손을 잡는 게 낫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의 이념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그들은 자국민을 존중한다”면서 ‘마약과의 전쟁’ 과정을 보고 ‘인권’을 내세워 필리핀을 비난하는 오바마 정권을 맹비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다른 행사에서도 “(범죄와 전쟁을 하는) 우리를 도와주는 대신 가장 처음 비판을 내놓은 게 美국무부였다”면서 “美국무부? 지옥에나 가라! 오바마 씨? 지옥에나 가라! EU? 너네도 지옥에나 가라”고 저주를 퍼부으며 서방 국가들을 믿을 수 없는 동맹이라고 맹비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한 “미국에게 무릎을 꿇느니 부르나이나 태국 국왕에게 무릎 꿇겠다”는 막말까지 했다고 한다.

    4일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발언’은 최근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너려 한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맞물려, 일부 외신들은 두테르테가 미국과 ‘단교’까지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런 ‘반미 발언’은 최근 미국과 남중국해에서의 합동 훈련 및 순찰을 중단하고,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하는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의 폐기를 언급한 데 이은 것이어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는 10월 19일 중국을 방문하고, 올해 내에 러시아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를 찾아 무기 구매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처럼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남지나해와 동지나해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중 전략에는 큰 구멍이 생기는 것은 물론 中공산당의 ‘도련선 전략’은 상당한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최근 필리핀 정부는 한국 측에 FA-50 경공격기 추가구매 의사를 보내와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30년 동안 안보에 무관심 했던 ‘민주화 정권’의 기조에 대한 반동으로 군사력 강화에 힘을 쓰는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