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야권후보 단일화 기싸움..."야권분열 초래한 당사자가?"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4월 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4월 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지난 4월 8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광주를 방문해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4·13 총선에서 호남 결과가 나쁘면 정계를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닷새 후 실시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전남에서 단 1석만 얻는 참패를 당했다. 호남이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거둔 게 분명한 만큼 약속대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순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남은 크게 술렁였다.

    5개월이 흐른 지난 11일 문 전 대표는 광주를 찾아 "(저는) 이번엔 당 대표도 거쳤고, 명실상부한 더민주의 대선주자로서 당에 소속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 광주 지역위원장들과 만찬 자리에서 "더민주의 훌륭한 분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대선 국면을 이끌어가는 면은 바람직하다. 누가 나오든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당은 더 튼튼히 하고 집권을 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1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장에서 열린 '1만5000명 오카리나 연주 도전' 현장을 방문해 손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1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장에서 열린 '1만5000명 오카리나 연주 도전' 현장을 방문해 손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광주 말바우 시장 내의 한 홍어가게를 찾기도 했다. 광주 방문과 관련, "요즘 전국 여러 곳으로 다니고 있고, 많이 다니고 많이 들으려고 한다"며 "우리가 '광주민심', '호남민심'을 많이 말하는 것 보다 저희가 더 겸허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광주에서의 정계은퇴 약속에 대한 해명은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었다. 

    문 전 대표는 한술 더 떠 "정권교체가 무엇보다 우선되는 숙명적 과제인 만큼 통합이든 단일화든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기싸움을 벌였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는 제주에서 "양극단 기득권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우리나라는 다시 후퇴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내년 대선에서는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양극단 기득권 세력에 더민주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양극단 당이라고 하지는 않았으니 답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상 더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세력과는 다시는 손을 잡지 않겠다며 '대선 완주'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 내부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뒤 이번 총선에서 야권 분열을 초래한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내 아래로 전부 집합'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태라는 비난이 적잖게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문 전 대표가 
    정계은퇴와 대선 불출마를 약속했던 광주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호남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