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절차 따르지 않은 사형" 비난에 두테르테 "개XX라고 욕해줄께"
  •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욕설을 계기로 미국·필리핀 정상회담이 전격 불발됐다. 대신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오바마 美대통령,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美'CNN'중계영상 캡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욕설을 계기로 미국·필리핀 정상회담이 전격 불발됐다. 대신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오바마 美대통령,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美'CNN'중계영상 캡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한 나라의 정상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사법절차에 따르지 않은 마약범 사형에 대해 언급하면) 개XX(son of a w****)라고 욕해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오바마 美대통령은 예정됐던 美·필리핀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오바마 美대통령은 그 시간에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을 하기로 일정을 바꿨다.

    네드 프라이스 美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오바마 美대통령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지 않기로 했다"면서 "오바마 美대통령은 6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오바마 美대통령은 6일부터 오는 8일까지 열리는 동남아 국가연합(ASEAN)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해, 라오스에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욕설이 나오면서, 오바마 측은 외교적 관례를 깨고 당일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이다.

    美언론들은 이 같은 이례적인 상황을 앞 다퉈 보도했다. 美'AP통신'은 "한 국가의 대통령이 다른 국가 정상에게 무엇을 말하거나, 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은 드문 일"이라면서 "특히 욕설을 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美'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필리핀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때문에 두 동맹국 사이에 긴장감이 표출됐다"면서 "보기 드문 외교적 단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美'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면서 "오바마가 세계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취소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을 계기로 취소된 적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당시 에드워드 스노든은 NSA의 기밀문서 수만여 건을 英'가디언'을 통해 공개하고, 이러한 폭로가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노든의 망명을 조건부로 허용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러시아에 실망감을 나타내 미-러 관계가 경색된 바 있다.

    오바마 美대통령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취소된 결정적 이유는 회담 중 오바마가 필리핀에서 마약 사범들을 초법적으로 처형하는 데 대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5일 "오바마는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면서 "나는 주권 국가의 대통령이다, 우리는 미국의 식민지에서 오래전에 벗어났다"고 말하며 욕설 발언을 덧붙였다.

    그러자 오바마 美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갖고 "분명히, 그는 다채로운 사람(colorful guy)"이라면서 "나의 팀에게 필리핀 측과 이야기해 지금이 우리가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적절한 때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취임 직후 '마약과의 전쟁' 선언한 뒤 범죄자들에 대한 강경책을 펼쳤다. 그 결과 현재까지 마약사범 2,000여 명 이상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