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필리핀 해병대 연합훈련 종료 뒤 “더 이상 훈련 안 해” 선언…속내는?
  •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반미 발언'은 아시아는 물론 미국, 영국의 눈길까지 끌고 있다. 사진은 美공영 NPR의 "왜 두테르테는 미국을 불신하나"라는 제목의 기사. ⓒ美공영 NPR 관련보도 화면캡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반미 발언'은 아시아는 물론 미국, 영국의 눈길까지 끌고 있다. 사진은 美공영 NPR의 "왜 두테르테는 미국을 불신하나"라는 제목의 기사. ⓒ美공영 NPR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4일(현지시간)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하는 美정부를 향해 “루비콘 강을 건넜다”며 “친중·친러를 할 것”이라고 외쳤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돌연 ‘약한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등 국내 언론들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과의 상호방위협정을 폐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연합훈련 중단 선언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던 ‘미국과의 단교 추진’ 주장에 대해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섰다고 한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각료 등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미국과의 상호방위협정을 해지하거나 폐기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부 관리들에게 “우리에게 상호방위협정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며 미국과의 상호방위협정 무용론을 거듭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크림반도를 침략했을 때,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의 무력함 등을 언급하면서, 필리핀이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하거나 전쟁이 벌어졌을 때 과연 미국이 돕겠느냐는 식의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내각 안에서부터 이런 주장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고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으로,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미군과의 연합훈련이 지닌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美-필리핀 연합훈련 중단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를 보고,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돈키호테 같은 행태 아니냐”고 혀를 차고 있지만, 실은 많은 계산을 거친 뒤에 하는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현재 필리핀 정부는 각종 범죄와 부정부패, 소수의 재벌가문이 지배하는 경제구조 등으로 인해 안보역량이 매우 허약하다. 실제 필리핀의 해군력이나 공군력은 싱가포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외부의 위협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것이 中인민해방군 등이 필리핀 앞바다까지 자신들의 영해라면서 인공섬을 만들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이다.

    이런 현실에다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 뒤 美정부의 대외전략이 갈수록 무기력해지는 것을 본 두테르테 입장에서는 안보역량을 갖추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표면상 줄타기 외교’를 하려는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