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선상반란 '페스카마호' 재조명···사형수 변호 감형한 文?
  • ▲ 지난 20일 오전 1시 58분쯤 인도양 세이셀 군도 인근 해상에서 광현803호(138t·승선원 18명)의 베트남 선원 A(32)씨와 B(32)씨 등 2명이 술에 취해 한국인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광현803호의 모습.ⓒ뉴시스
    ▲ 지난 20일 오전 1시 58분쯤 인도양 세이셀 군도 인근 해상에서 광현803호(138t·승선원 18명)의 베트남 선원 A(32)씨와 B(32)씨 등 2명이 술에 취해 한국인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광현803호의 모습.ⓒ뉴시스


    지난 20일 해상에서 베트남 선원들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하는 선상살인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대표적인 선상반란인 '페스카마호' 사건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페스카마호 선상반란은 지난 1996년 8월 남태평양에서 일어난 원양어선 선상반란으로, 당시 조선족 6명이 한국인 선장을 포함한 11명을 살해한 끔찍한 사건을 말한다.

    2심 재판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피의자 변호를 맡았은 뒤, 사형선고를 받았던 피의자가 노무현 정부시절 특별사면을 통해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논란이 일었다.

    '인권변호사' 문재인 전 대표를 둘러싼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 전 대표의 사형수 특별감형 의혹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듭 터져나왔다. 

    부장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22일 통화에서 "작년부터 이 사건을 누가 사면 요청했는지 밝힐 것을 촉구했으나 (문 전 대표는) 묵묵부답"이라면서 "
    법무부가 알아서 먼저 요청한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사형수의 가족들이 찾아와 부탁을 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변호를 맡았던 사람들이 생각나서 문 전 의원이 자발적으로 사면 대상자에 넣은 것인지 이젠 좀 속 시원히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페스카마호 선상반란 및 살인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1996년 8월 남태평양 해상. 페스카마 15호에 타고 있던 조선족 선원 6명은 자신들을 구박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한국인 7명을 포함한 선원 11명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조선족 전재천 등은 사건 당일 선장을 포함한 한국인 선원들을 간판 위로 한 사람씩 불러내 칼과 도끼로 잔인하게 난자했다. 선박 난간을 붙들고 살려달라는 사람의 양손을 칼로 내리 찍어 익사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사건이 알려지자 우리 국민들은 피해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해 바다에 버린 조선족 선원들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 붙잡혀 온 조선족 피의자 6명은 1996년 12월 24일 부산지법의 1심 판결에서 해상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전원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조선족 선원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와 항고를 했고, 대법원은 주범 전재천에게 사형을, 나머지 5명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 지난 20일 오전 1시 58분쯤 인도양 세이셀 군도 인근 해상에서 광현803호(138t·승선원 18명)의 베트남 선원 A(32)씨와 B(32)씨 등 2명이 술에 취해 한국인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광현803호의 모습.ⓒ뉴시스

    그러나, 사형을 선고받았던 전채전은 2008년 1월 1일 무기징역으로 특별감형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통해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에 앞서 이 사건의 2심 재판부터 전재천의 변호을 맡았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변호사 시절 본인이 변론한 사형수들을 특사 단행으로 감형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011년 11월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선족 동포들은 조국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데 우리는 이들에 대해 은연중에 멸시나 깔보는 심리가 있다. '페스카마15호' 사건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이른바 '성완종 사면 로비' 의혹으로 불거진 참여정부의 미심쩍은 특사 단행 논란이 '사형수 감형' 파문으로 번지기도 했다.

    2008년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대표가 '페스카마호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조선족 사형수 전재천을 무기징역으로 감형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전재천의 변호를 맡았던 전력까지 알려지면서, "특별감형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가능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김진태 의원실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김진태 의원실

    지난해 김진태 의원은 "전재천 사면 당시 함께 특별감형된 다른 사형수 5명중 2명은 사람을 한 명씩 살해했고, 3명은 각각 두 명씩 살해했다"면서 "페스카마호 사건처럼 11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해상의 선박이라는 폐쇄 공간에서 공포에 떨며 숨져간 선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고 개탄했다.

    특히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은 결국 자신이 변호했던 사건을 자신이 특별감형한 것"이라면서 "자신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을 처리할 수 없는 것은 공무처리의 기본원칙(형사소송법 제17조, 24조 -변호를 맡았던 사건의 제척, 회피)인데, 문 대표의 행태는 공사(公私)를 구별하지 못하는 후안무치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아울러 "문재인 대표는 이 감형도 과연 법무부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검찰은 이 감형이 누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그 과정에서 금품이 수수된 사실은 없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 측은 금품수수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그 분(사형수)들은 중국에서 학교 선생님을 했었던 조선족 분들이다"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왔는데 배 안에서 폭행과 학대를 당했다. 그래서 반란을 일으켜 몇 명을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진태 의원이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선 "사면 당시 돈을 받았다는 것은 그 분들이 조선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식선에서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